[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중수소 헐값 매각' 의혹 관련해 국회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받고서도 감사를 하지 않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의혹은 한수원이 수소폭탄의 핵심 재료로 쓰이는 삼중수소를 국내 실거래가의 4분의 1 가격으로 한 국내 업체에 매각하려고 했던 일입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지난해 7월
<(단독)한수원, 삼중수소 '특혜 매각' 의혹> 기사를 통해 해당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산업부는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 진행' 탓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국정감사 피감기관이 사실상 국회의 지적·요구사항을 뭉갰다는 점에선 논란이 예상됩니다.
황주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9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해 국감 지적사항인 삼중수소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 여부에 대해 "동 내용은 검찰에 회부돼 산업부 차원에서 별도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해당 의혹은 올해 5월 증거 불충분으로 각하됐습니다.
삼중수소 헐값 매각 의혹…대량판매 가격으로 '시세 4분의1'
삼중수소 헐값 매각 의혹은 한수원이 삼중수소 관련 기술 이전을 공고할 즈음 설립된 '에이젠코어'라는 국내 업체에 시세의 4분의 1인 대량판매 가격으로 삼중수소를 매각했다는 논란입니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4일 온비드(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시스템)를 통해 월성 원자력본부 월성TRF(삼중수소제거설비)의 삼중수소 40g 매각 공고를 냈습니다. 그리고 열흘 뒤인 4월15일 주식회사 에이젠코어와 판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문제는 한수원이 에이젠코어와 계약을 체결할 즈음엔 애초 계획안과는 다른 판매가를 적용했다는 겁니다. 지난해 7월 본지가 해당 의혹을 취재하며 입수한 '월성 TRF 부생물 자원화 추진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한수원은 애초 2014년만 해도 삼중수소의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 '소량판매는 1g당 12만달러(한화 약 1억6221만8400원), 대량판매는 1g당 3만달러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소량판매는 2017년부터 30년간 연평균 50g을, 대량판매는 2027년부터 20년간 총 7800g을 판매한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한수원은 에이젠코어와 삼중수소 40g을 1g당 3690만5000원으로 판매계약을 맺었습니다. 시세의 4분의 1 값입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산업부가 확인하라' 자체감사 요구 나와
이 문제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권향엽 의원은 산자위 국감에 출석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을 대상으로 "에이젠코어가 가지고 있는 삼중수소 저장·운반용기는 10g이고, 한수원은 10g 용기를 사용하면 소량판매라고 했다"라면서 "즉 한수원이 에이젠코어에 판매한 삼중수소는 소량판매(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에이젠코어에 대해선) 대량판매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권 의원은 이어 "(2024년 초)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에이젠코어는 한수원으로부터 삼중수소를 공급받아 스위스 등 해외에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며 "혹시 한수원에서 싸게 공급받아 해외에 비싸게 팔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에이젠코어가) 삼중수소 매각 독점기업 아닌가. 또 저가로 (한수원으로부터) 매각을 받은 것 아닌가. 이걸 산업부가 확인하라"며 자체감사를 요구했습니다.
월성 원자력본부 월성TRF(삼중수소제거설비)의 삼중수소 40g 매각 공고가 지난해 4월 온비드에 올라왔다. 사진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한수원-삼중수소 대량판매 가격으로 받아와 소용량 저장용기로 판매?
올해 10월 한수원이 권향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이 지난해 11월 에이젠코어에 판매한 삼중수소 4.968g의 가격은 1억8334만4040원입니다. 실제로 1g당 3690만5000원을 적용, 대량판매 가격 그대로 진행한 겁니다. 하지만 원전업계에서는 에이젠코어가 소용량, 즉 소량판매로 진행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올해 2월 열린 원안위 회의록에 따르면, 에이젠코어의 '핵연료물질 사용 등 변경허가 신청안'을 보고하며, "삼중수소는 삼중수소 발광체 주입을 위해 소용량 저장용기로 분배되어 판매되게 되겠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권향엽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에이젠코어가 한수원으로부터 삼중수소를 싸게 공급받아 해외에 비싸게 판매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제기했는데, 산업부가 나몰라라 하는 사이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지금이라도 자체감사를 실시해 이것이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적 연루'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