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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31일 18: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적합 판정이 취소된 업체는 8곳으로 늘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실제 처분을 미루고 있다. 정부 역시 제도의 실효성과 정책적 파급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올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논란이 많은 제도다. 이에 <IB토마토>는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업계가 제기하는 우려와 규제당국의 개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에 불복하는 제약사들은 제도 적용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제도의 법적 근거에 명시된 내용에 비춰봤을 때 처분 대상의 범위가 부당하고 '반복적 위반'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에 불복한 제약사들은 법정행을 택했다. (사진=뉴시스)
 
 
 
 
처분대상 오른 제약사 과반 이상 불복…주요 쟁점은
 
3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9월 기준 총 8개 제약사에 대해 GMP 적합판정 취소처분을 내렸으며, 이 중 3곳만 행정처분이 확정됐고 나머지 5곳은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GMP 위반 시 단 한 번의 적발로 적합판정을 취소하는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법적 근거는 약사법 제38조의3 제1항과 제3항 제2호다. 구체적으로 적합판정을 받은 이후 반복적으로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해 의약품등을 판매하는 경우 해당 의약품 등의 적합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제약사들이 법원에 식약처의 GMP 적합판정 취소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며 주장한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쟁점 사안이 포착된다. 처분의 적용 범위와 반복의 정의에 대한 쟁점 등이 그것이다.
 
 
처분 적용 범위 부당…반복의 정의 모호
 
우선 적용 범위의 경우 약사법에서 '해당 의약품'의 GMP 적합판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한 만큼 처분 사유에 해당하는 의약품에 대한 GMP 적합판정만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의약품안전규칙은 완제의약품의 경우 내용고형제, 주사제, 점안제, 내용액제, 외용액제, 연고제, 그 밖의 제형군에 속하는 제형 중에서 식약처장이 정해 고시하는 세부제형 별로 GMP 적합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GMP 적합판정은 식약처장이 의약품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해 공고한 대한민국약전에 따른 제형별로 관리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위반행위 대상인 의약품이 속한 약전제형에 대한 적합판정만 취소해야 한다는 견해다.
 
대한민국약전 제제총칙은 제제를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로 나누는데, 예로써 대분류에 속한 '경구투여하는 제제'는 형상·제형·물리적 특성에 따라 다시 중분류인 정제, 캡슐제, 과립제, 산제, 경구용 액제, 시럽제, 경구용 젤리제, 다제, 엑스제, 유동엑스제, 환제로 나뉜다.
 
'반복'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해 의약품등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음에도 재차 이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여 2회 이상 적발된 경우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반복적 위반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동일 품목 내 반복인지, 여러 품목에 걸친 동일 유형 위반인지, 위반 기간과 경중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자의적 판단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GMP 제도의 취지, 위반행위의 동기, 횟수, 결과 위반상태 시정·해소를 위한 노력, 처분으로 제약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과 제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적합판정 취소 처분은 제약사 측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견해도 있다.
 
차의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수행한 '해외 선진국 의약품 GMP 평가 사례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GMP 실사 후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실사점검통보되고,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 취해지는 제제조치는 경고장 발송, 허가 취소, 법정 합의, 형사고발이 있으며, 해당하는 제조소에는 모두 경고장이 발송되게 된다.
 
경고장 발송은 규정의 위반 사항에 대해 문제를 가지고 있는 조직에게 이런 정보들에 대해 미리 알리며 규제기관이 어떤 집행 작업을 실시하기 전에 자발적이고 신속한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경고장 발행 후 이를 통해 자발적인 개선을 수행하거나 이와 관련 없이 추가적인 조치들이 진행될 수 있다.
 
식약처 전경 (사진=뉴시스)
 
 
 
 
정치권도 제도 보완 필요성 제기…정책평가 연구용역 진행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올해 식약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서면질의를 통해 “GMP 적합판정 취소제도는 중대한 위반에 대한 강력한 제재 수단이지만, 위반의 경중이나 업체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식약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의약품 제조업자가 GMP 적합판정을 받은 이후 제조·품질관리 기록을 거짓 또는 잘못 작성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적합판정을 취소하고 있으며, 현재 적합판정 취소 정책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식약처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은 올해 초 발주한 ‘의약품 허가정책 발전 연구’로 한국규제과학센터가 수행 중이다. 사업예산은 1억5000만원이며, 사업기간은 올해 12월15일까지다. 사업 제안 내용 중 연구대상 제도 예시에는 'GMP 적합판정취소 정책 평가 및 국내외 현황 비교 평가'가 포함됐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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