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 "'금고 위한 중앙회'로 바뀌어야"
2025-11-04 06:00:00 2025-11-04 09:17:24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유영진 기자] "새마을금고 생존을 위해서는 중앙회가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지난 3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축산새마을금고에서 만난 유 이사장은 "중앙회는 새마을금고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지역 금고를 위한 중앙회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축산새마을금고는 1979년 자산 10억원, 회원 200여명으로 출발한 소규모 금고였습니다. 2007년까지 자산이 180억원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영세금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그러던 중 2007년 3월 축산기업조합중앙회 회장을 지냈던 유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았습니다. 유 이사장 취임 이후 자산은 50배 이상 성장해 지난해 말 기준 9500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대형 새마을금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새마을금고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중앙회의 변화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중앙회 '직접 제재권' 수술 불가피"
 
유 이사장은 중앙회의 근본적인 혁신을 강조하며 "이제는 중앙회가 가진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사장과 외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중앙회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위원회를 통해 이사장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현실적 목소리가 중앙회 운영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유 이사장은 "중앙회는 권한을 이양하고 금고를 위한 조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금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회가 현장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이사장이 참여하는 '제재심의위원회' 신설을 또 하나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중앙회 금고감독위원회가 검사권과 제재권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검사가 검사도 하고 제재도 내리기 때문에 공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검사권과 제재권을 분리하고, 중앙회장의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재조사위원회' 신설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중앙회의 제재에 이의가 있는 금고가 재심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 일선 금고의 자율성과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중앙회의 직접 제재권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금고의 자율 경영은 요원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후 금고 지점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역 금고 자생 능력 키워야"
 
지역 금고는 적자로 말라가는데 중앙회는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비정상적 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1조7382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 위기를 겪고 있지만, 금고로부터 각종 사업비를 받는 중앙회는 같은 기간 3106억원 흑자를 냈습니다. 
 
유 이사장은 "지역 금고가 살아야 중앙회도 살 수 있다"며 "뿌리(금고)는 썩어가는데 꽃(중앙회)만 피우면 결국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앙회는 수익을 쌓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경영난에 처한 지역 금고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중앙회가 금고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금고가 중앙회에 각종 명목의 분담금을 내느라 숨이 막히는 상황"이라며 "약 32개로 나뉘어 있는 분담금을 통합·축소해 금고의 재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자산관리회사인 'MG AMCO'의 부실채권 매입 방식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는 감정가 기준 일정 비율로 매입한 뒤 '사후 정산'하는 구조지만, 이를 금고의 대출 가능 금액으로 매입하고, 향후 2~3년간은 수수료를 '제로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놨습니다. 유 이사장은 "금고가 어려울 때는 중앙회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중앙회가 금고의 희생 위에 서 있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법정적립금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금고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농협과 신협의 경우, 각 중앙회가 법정적립금을 활용해 지역조합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할 수 있지만 새마을금고는 이런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유재춘 서울축산새마을금고 이사장. (사진=본인 제공)
 
그는 "새마을금고도 한시적으로라도 법정적립금을 금고 손실 보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며 “중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위기에 처한 금고들이 회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중앙회가 승인한 공동대출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손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동대출'은 중앙회 승인 아래 진행됐기 때문에, 중앙회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중앙회가 손실 일부를 보전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채무조정채권의 미수이자 미인식 문제와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으로 인한 금고들의 부담을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회가 MG손해보험, MG캐피탈, MG TV 등을 인수하는 데 사용한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일선 금고의 손실 보전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첨언했습니다. 
 
"웰니스 타운 등 미래 먹거리 창출"
 
유 이사장은 새마을금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앙회가 '미래 먹거리 창출 연구소'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연구소를 통해 각 지역 금고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보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에 대비해 '참여형 화폐' 도입을 제시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새마을금고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선제적으로 대비해 회원과 지역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쓰는 만큼 돌려주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새마을금고의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하고,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초고령 사회에 대응한 지역 밀착형 시니어 웰니스 타운 조성도 대안으로 내놨습니다. 일부 금고에서 시도 중인 요양사업과 연계해 금융·의료·주거·문화 서비스를 아우르는 종합 노후 지원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60여년간 공적자금 없이 서민을 위한 맞춤형 금융과 복지를 제공해온 유일한 곳"이라며 "새마을금고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중앙회의 변화된 모습이 필요하다"고 보충했습니다. 이어 "중앙회는 금고가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새마을금고는 지역민들의 경제적 자립 도모와 환원 사업을 늘리는 등 새롭게 '신뢰의 MG'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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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회장은 개인적 역량이 부족한듯하다. 안 좋은 뉴스도 많고, 돌아다니는 루머도 있고. 새마을금고만을 위한 중앙회가 필요하다는 거엔 찬성한다.

2025-11-04 14:50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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