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승민 딸' 채용 공정성 논란…'경력 최고점' 의문
'직전 학기 졸업' 유담, 경력자들 제치고 학력·경력 만점
인천대 "논문 양 부족" 평가하면서도 '논문 양' 만점 줘
2025-10-15 10:48:30 2025-10-15 14:18:53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유승민 전 국회의원의 딸 유담씨의 인천대학교 채용 과정 불공정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천대가 사실상 유씨를 뽑기 위해 '밀어주기'를 한 걸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직전 학기에 대학원을 졸업한 유씨가 경력 등 1차 심사 과정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것도 이례적일뿐더러, 인천대는 유씨의 논문 양이 부족하다면서도 '양적 점수'에서 만점을 준 겁니다. 
 
15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인천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2학기 인천대 전임교원 공개채용'에서 유담씨는 무역학부 국제경영 전공에 지원했습니다. 지원자들은 유씨를 포함해 총 25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2명은 자료 미제출 사유로 제외됐고, 23명만 남았습니다. 즉, 유씨는 2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대학 교수로 최종 임용된 겁니다. 
 
2017년 5월7일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의 오른쪽에선 딸 유담씨가 유세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씨가 임용된 자리는 그간 네 차례(2013학년도, 2014학년도, 2019학년도, 2020학년도)에 걸쳐 임용 절차를 진행했으나, 조건에 부합하는 지원자가 없어 내내 비어 있던 자리입니다. 때문에 해당 분야 전임 교원 채용이 시급했습니다. 그런데 유씨가 2025년 2학기에 해당 자리에 임용이 된 겁니다. 
 
이 때문에 인천대에서는 유씨의 임용 절차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습니다. 당시 인천대 글로벌정경대학 25학번 새내기라며 실명까지 밝힌 A씨는 대자보를 통해 "유담 교수는 전기 학위수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2학기부터 전임 교원의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며 "유명 정치인의 딸이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짧은 경력으로 임용될 수 있었는지, 그 객관적인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조교수·강사 다 제치고 경력 점수 '만점' 받은 유담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유씨는 인천대 무역학부 국제경영 전공 1차 심사에서 학력·경력, 논문의 양에 대해서 만점을 받은 걸로 파악됐습니다. 
 
인천대 임용 과정은 학력·경력, 논문 등 연구 실적 등을 따지는 1차 심사 과정을 거쳐, 전공 적합성, 학문적 우수성, 공개 강의, 면접 등을 보는 2차 심사 과정으로 결정됩니다. 
 
1994년생인 유씨는 동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고려대에서 올해 2월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유씨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이듬해 8월31일까지 고려대 경영대학에서 강사를 한 이후, 2025년 3월1일부터 고려대학교 경영전략실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유담씨는 2025년도 2학기 인천대 무역학부 전임교원(조교수)으로 임용됐다. (사진=인천대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뉴스토마토>가 유씨와 함께 지원한 다른 지원자들의 이력을 확인한 결과 타 대학 조교수, 강사, 연구원 등 이력을 가진 지원자들도 있었지만, 경력 점수(5점 만점)에서 만점을 받은 건 지원자 총 23명 중 유씨를 포함해 단 3명인 걸로 파악됩니다. 유씨는 연구의 성과를 평가받는 연구 실적 가운데 논문의 양을 가늠하는 양심사(5점 만점)에서도 만점을 받았습니다. 
 
유씨는 특히 학력 점수(10점 만점)에서도 만점을 받았습니다. 다른 지원자들 중에는 고려대,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해외 유명대학 등에서 국제경영 박사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있었지만, 학력 점수 만점자는 유씨를 포함해 단 3명입니다. 유씨보다 더 상위권 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더 유명한 곳에서 석·박사를 받은 다른 지원자들은 학력 점수가 낮았던 겁니다. 만약 이들의 학력 점수를 올린다면, 유씨 순위는 6~7등 사이로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1차 과정에서 논문 실적, 경력 점수, 학력 점수 등에서 만점으로 받은 유씨는 최종 2인으로 뽑혔고, 2차 면접에까지 올라갑니다. 최종 2인으로 선발된 다른 지원자는 타 대학 경영대학 강사, 연구교수 등 이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지방 모 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종 선발된 건 유씨였습니다. 
 
이에 대해 인천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임 교수 채용 공고에 나온 절차대로 공정하게 임용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 임용 과정을 아는 전문가들은 1차 심사 과정에서부터 유씨를 뽑으려고 한 걸로 보인다는 평을 내놓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인천대 송도캠퍼스. (사진=뉴시스)
 
"논문 발간 실적 적다" 평가에도 양적 평가 '만점' 왜?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채용심사위원회 추천서에서 인천대는 "(유씨는) 논문 기발간 실적은 다소 적으나, 이미 국제학술지 발간이 확정된 논문을 다수 보유한 점 등 향후 연구 수행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 연구방법론의 독창성, 교육 수행 계획의 독창성 등에서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현재 논문의 양은 부족하지만 향후 학문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씨를 임용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유씨가 최종 2인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논문의 양을 평가하는 양심사에서 만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천대는 임용 심사에선 유씨에게 '논문의 양이 충족된다'면서 만점을 주고, 추천서에선 '논문의 양이 적다'라는 모순된 평가를 한 겁니다. 실제로 논문의 양심사에서 유씨의 점수를 낮출 경우, 그의 평가 순위는 3등 이하로 떨어집니다. 
 
또 '2025학년도 2학기 인천대 전임교원 공개채용' 공고 지원 자격 공통 사항에는 "최근 5년 이내 '발표한' 국내외 저명 학술지 논문 2편 또는 200% 이상의 연구 실적이 있는 자"라는 기준이 명시돼 있습니다. 인천대가 유씨 추천서에서 강조한 '잠재적 발전 가능성' 등은 지원 자격에서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다른 지원들과 비교했을 때 유씨에 대한 평가가 적절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인천대는 진선미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1차 심사는 블라인드 방식의 서류 평가로, 주어진 기준에 따라 대부분 정량적이고 기계적인 평가를 진행했다"며 "2차 심사에서는 전공 적합성, 연구 실적의 질적 수준, 공개 강의의 전달력과 학부 필요 교과목과의 적합도, 연구 과제 수행 계획, 산학 협력 및 학생 지도에 대한 계획의 구체성 등을 근거로 인비로 하여 개별적인 평가 점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천대는 또 "모든 평가는 절차를 준수하여 공정하게 진행됐다"고도 강조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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