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배터리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고율 관세 ‘이중고‘의 돌파구로 삼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지난 27일 소방대원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소화 수조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는 작업자 13명이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발생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배터리셀은 UPS 제조기업을 통해 완제품으로 조립됐고,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공급됐습니다. 해당 제품은 행정안전부 산하 국정자원의 핵심 전산 인프라에 무정전 전력을 제공하는 설비로 활용돼왔습니다.
이번에 화재가 난 리튬이온 배터리는 ESS를 만드는 주요 구성품 가운데 하나로 충방전을 거듭하는 특성 때문에 사용 기한을 초과하면 내부 화학 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열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과충전, 외부 충격, 노후화 등 여러 요인으로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난 배터리는 제조사 권장 사용 연한 10년을 약 1년 넘긴 상태였습니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용 권장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 시기를 지나면 성능 하락과 더불어 안전성 저하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배터리 모델은 과거 화재 사례가 없었습니다. 지난 6월 진행된 정기 안전 점검에서도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터리로부터 비롯된 이번 화재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내 배터리업계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미국 고율 관세 위협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왔습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더딘 ‘캐즘’ 국면이 이어지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경영 실적에도 타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ESS 시장은 배터리 기업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 증가로 ESS용 배터리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국정자원 화재로 ESS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이어질 경우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ESS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던 전례도 있습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배터리 화재로 배터리에 대한 대중 인식이 더 나뻐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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