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로서 서면 경고는 합헌
2025-09-29 14:01:00 2025-09-29 14:29:43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의적으로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정신적·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스토킹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증가하고, 초기에 대응하지 못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늘어나면서 2021년 10월21일부터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스토킹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스토킹 교제폭력 관련 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5일 헌법재판소(헌재)는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 중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를 규정한 스토킹처벌법 제9조 제1항 제1호(심판대상조항)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 등을 전송해 심판대상조항 등에 따라 잠정조치를 받았는데, 이 중 서면 경고를 규정한 위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겁니다. 
 
헌재는 우선 심판대상조항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피해자를 초기부터 보호하고 스토킹이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 점 △서면 경고는 법원이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명할 수 있는 것으로서 스토킹 행위의 중단을 촉구해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지니는 점 △서면 경고는 잠정조치의 하나로 ‘제3장 벌칙’이 아닌 ‘제2장 스토킹 범죄 등의 처리 절차’에 응급조치, 긴급응급조치, 피해자 보호조치 등과 함께 규정돼 있는 점 △서면 경고는 검사가 스토킹 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서면 경고는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잠정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의 조치일 뿐 사회적 비난 내지 응보적 의미를 지니는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적으로도 서면 경고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는 소명으로서 스토킹 행위, 재발 우려, 피해자 보호 필요성 등이 소명되면 이를 명할 수 있는 점 △잠정조치 절차는 유무죄 판단을 위한 형사 공판 절차와 구별되는 점 △서면 경고는 그 대상자에 대해 위와 같은 내용이 소명됐음을 전제로 향후 스토킹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의미할 뿐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서면 경고가 범죄사실의 인정 또는 유죄를 전제로 하는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서면 경고는 유죄 인정으로 인한 불이익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도 판단했습니다. △서면 경고는 그 자체가 통지로서의 성격을 지녀 별도의 사전 통지를 상정하기 어려운 점 △서면 경고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잠정조치로서 신속성이 요구되는데, 청문 절차를 거치는 사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 행위자에게 잠정조치의 내용과 불복 방법 등을 고지하도록 한 점 △스토킹 행위자는 잠정조치 결정의 취소나 그 종류의 변경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고, 결정에 대해 항고·재항고하는 불복 절차를 통해 법원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점 △서면 경고는 다른 잠정조치와 달리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없는 점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할 의무는 스토킹처벌법의 모든 수범자가 부담하는 것이어서 서면 경고가 특별한 법적 책임이나 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 점 △본안 재판에서 법관의 판단은 잠정조치 결정과 별개로 이뤄져 사전 통지 및 청문 절차의 미비로 발생하는 불이익이 극히 제한적인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사전 통지 및 청문 절차 없이 법원의 결정으로 서면 경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서면 경고의 목적과 특성, 불복 기회의 보장 정도, 조치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입법 재량의 범위를 일탈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스토킹처벌법은 경찰이 스토킹 신고를 받은 경우 즉시 현장에 나가 할 수 있는 응급조치, 스토킹 신고에 관해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의 긴급응급조치,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는 잠정조치 등을 스토킹 범죄의 처리 절차로 규정합니다. 유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잠정적·임시적 조치를 마련한 겁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불이익도 입히면 안 된다는 원칙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스토킹 행위자에게 일정한 강제적 조치를 한다는 점에서 위 잠정조치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문제가 된 겁니다. 하지만 헌재는 서면 경고를 유죄 인정의 효과로서의 불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심판대상조항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지는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헌법에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헌재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다고 봅니다. 특히 법원에서의 법적 청문 절차를 보장하는 것이 강조되는데, 서면 경고는 그 자체로 통지의 성격이 있고 위반 시 불이익도 없으며, 불복 절차를 통해 법원에서 청문 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으므로 서면 경고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잠정적·임시적 성격의 조치를 도입한 법령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통해 잠정적·임시적 성격의 조치의 합헌성이 확인됐으므로 좀 더 실효성 있는 조치를 통해 피해를 예방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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