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JTBC '사건반장'에선 음식점 예약일을 일주일 남겨 놓고 급한 사정이라며 예약을 취소했는데, 예약금 1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음식점 주인은 예약 취소에 대해 '노쇼(no show)'라고 주장하며 예약금을 줄 수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노쇼'와 '예약 취소'는 다릅니다. 노쇼는 예약 시간에 소비자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 걸 말합니다. 반면, 예약 취소는 이용 시간 전에 미리 연락해 취소 의사를 밝히는 겁니다. 노쇼는 업종을 불문하고 발생하고 있지만, 특히 소상공인이 많은 외식업계에서 그 피해가 매우 큽니다. 이번 사건처럼 '미리 취소했는데도 노쇼로 간주해 예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는 소비자권익 침해와 직결될 수 있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소비자기본법과 시행령은 일반적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반적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품목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정해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이 원활하게 해결되도록 구체적인 합의 또는 권고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분쟁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이 기준에 따르게 되는데, 분쟁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절차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아야 합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노쇼로 인한 위약금이 처음 규정된 시기는 2018년입니다. 외식 서비스업을 연회 시설 운영업과 그 이외의 외식업으로 구분하고, 예약취소 시기에 따라 위약금을 차등적으로 규정했습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연회 시설 운영업 외의 외식업의 경우, 사업자의 사정으로 인해 계약을 해제하거나 채무불이행을 하면 예약보증금의 2배 금액을 환급하도록 했습니다. 소비자의 사정으로 인해 계약이 해제되면 약정 이용시점부터 1시간 전 이전에는 예약보증금을 환급하도록 하고, 예약부도를 포함해 약정 이용시점부터 1시간 전 이후 계약해제가 되면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보도록 했습니다.
다만, 사업자는 외식서비스 이용 전 예약보증금을 수수하고 소비자에게 예약보증금의 성격에 대해 명시적으로 고지해야 합니다. 예약보증금이 이용계약 체결을 예정하는 계약금이며 일방적인 계약해제의 경우 위약금 및 해약금 등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문자메시지와 같이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리 고지해야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예약보증금은 총 이용금액의 10%를 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초과하면 총 이용금액의 10%를 예약보증금으로 봅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음식점의 예약취소 및 예약부도 위약금을 현실화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 및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정된 기준에서는 음식점을 일반 음식점과 예약 기반 음식점으로 구분했습니다. 주방 특선(오마카세)이나 고급 식사(파인다이닝)와 같이 사전 예약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는 식당은 예약취소나 예약부도 시 식재료를 당일 폐기해야 하고 단기간 내 다른 소비자의 방문을 기대하기 어려워 피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단체예약 및 대량 주문이나 음식점 내의 단독 룸과 같이 특정 공간 확보를 위한 예약의 경우 일반 음식점이라도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예약 기반 음식점의 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약보증금의 기준은 통상 외식업 원가율 30%와 음식점 운영 방식에 따른 특성 등을 고려해 예약 기반 음식점은 예약보증금을 총 이용금액의 40%까지, 일반 음식점은 총 이용금액의 20%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반 음식점은 소비자의 사정으로 인해 계약이 해제되면 △약정 이용시점부터 1시간 전까지는 예약보증금 전액 환급 △약정 이용시점부터 1시간 전 이후에는 예약보증금의 25% 환급 △예약부도의 경우 예약보증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하도록 기준을 정했습니다.
예약 기반 음식점은 △약정 이용시점부터 24시간 전 이전까지는 예약보증금 전액 환급 △약정 이용시점부터 24시간 전 이후부터 1시간 전 이전까지는 예약보증금의 50% 환급 △약정 이용시점부터 1시간 전 이후에는 예약보증금의 25% 환급 △예약부도의 경우 예약보증금 전액을 위약금으로 보도록 정했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려면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장의 유형을 선택하고 그 유형과 예약취소 시점에 따른 위약금, 예약부도의 기준 등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서면,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고지해야 합니다.
형법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노쇼는 사업자의 입장에서 피해가 크지만 형사 처벌까지 이뤄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악의적으로 대량 주문을 한 후 잠적하는 경우와 같이 예약할 때 식당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노쇼 할 목적이 있었다거나, 예약할 당시 영업이 방해될 것이라는 인식이나 예견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용하기 위해 예약을 했다가 노쇼 한 경우라면 이런 고의가 증명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지 않았다면 사기 혐의 역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쇼로 인한 손해배상의 경우 예약으로 인해 준비한 재료비, 인건비, 예약으로 인해 영업하지 못한 손해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손해가 있었다는 점을 청구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하는데, 노쇼 사건의 피해 규모상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노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예약보증금을 미리 받고 그 환급 비율 등에 관해 소비자의 동의를 미리 받는 등 대비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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