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중도상환수수료는 채무자가 대여금을 약정된 만기일보다 일찍 상환할 때 금융회사가 채무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입니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대출 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3년 이내에 상환하는 경우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 규정은 대출계약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비용을 중도상환수수료에 부당하게 가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초동 대법원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아 최고이자율 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피고1 회사로부터 68억원을 대출받고 피고3 회사가 대리 금융기관이 되는 대출 약정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최초 대출일부터 12개월이 경과하기 전 조기 상환하면 조기 상환 금액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중도상환수수료로 지급하기로 약정했습니다. 피고1 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대출금에서 선이자와 각종 수수료 등을 공제한 약 55억원만 지급했는데, 원고는 피고1 회사에게 대출일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기 전 대출금 68억원을 전부 상환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로 약 28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초과해 받은 돈 등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중도상환수수료를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고 원고가 초과 지급한 이자로 판단했습니다. 2심 역시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해 최고 이자율 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면서 이를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을 초과해 지급한 금액에 포함시켜 피고들의 부당이득 반환 의무 또는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자제한법 제4조 제1항은 “예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체당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금전의 대차와 관련하여 채권자가 받은 것은 이를 이자로 본다”라고 규정하는데, 이 규정의 취지는 채권자가 다른 명목으로 채무자로부터 금전을 징수해 법을 잠탈(규제나 제도 따위에서 교묘히 빠져나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탈법행위를 방지하는 데 있으므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금전대차와 관련된 것으로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이자로 간주된다고 설시했습니다. 그러나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려워 이자제한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선 민법 제153조 제2항이 기한의 이익은 포기할 수 있으나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점 및 민법 제468조가 당사자의 특별한 의사 표시가 없으면 변제기 전이라도 채무자는 변제할 수 있으나 상대방의 손해는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전대차에서 채무자가 대여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 기한보다 일찍 상환할 경우 부담하는 수수료로서 채무자의 기한 전 변제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지급되는 돈이라는 겁니다. 그 손해와 손해액 증명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미리 정해 놓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래적 의미의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면 같은 법이 정하는 최고 이자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위반해 이자를 받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형사처벌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중도상환수수료가 금전대차의 대가의 성격을 가지는 간주이자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또 △이자제한법이 부당하게 과다한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법원의 직권 감액을 허용하는 점 △불공정한 내용의 중도상환수수료 약정이 약관 형태로 체결됐다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가 되는 점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가 규제되는 점 등 채무자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과거 대부업법이 적용된 사안에서 중도상환수수료가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업법은 입법 목적과 적용 대상,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규정의 존재 여부, 중도상환수수료의 활용 양상과 빈도, 중도상환수수료의 규제 필요성, 법령상 최고 이자율 범위, 위반행위에 대한 법정형의 범위 등 여러 측면에서 이자제한법과 구별되므로 이자제한법이 적용되는 사건에 원용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겁니다.
대법관 3인의 반대 의견은, △중도상환수수료로 배상하는 손해는 원래 금전대차의 대가로 예정되었던 ‘변제기까지의 약정이자’를 얻지 못한 손해를 기초로 하므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중도상환수수료를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로 보지 않으면 최고 이자율 제한 규정을 잠탈하는 탈법행위를 방지할 수 없게 되는 점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의 간주이자 규정을 통일적으로 해석해 관련 법체계 전체의 조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점 등의 이유로 중도상환수수료가 간주이자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앞으로 고율의 이자를 약정한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 약정일 이전에 상환을 원한다면,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중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의 적정성을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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