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구조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공사비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맞물리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폐업하는 등 ‘줄도산’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437곳 폐업·13곳 법정관리…건설업계 허리가 흔들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74위인 동우건설은 지난 5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1992년 설립된 동우건설은 관급 공사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자체 공동주택 브랜드 ‘엘코어’ 론칭 이후 대구·김포 등지에서 오피스텔 개발사업에 나섰다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연대보증 채무와 공사 미수금이 누적되면서 결국 법정관리로 내몰린 것입니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는 총 13곳에 달합니다. 1월 신동아건설(시평 58위)을 시작으로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등이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주택공사 업력이 길고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업계 충격은 컸습니다. 줄도산의 시발점이었던 신동아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파밀리에’와 63빌딩 시공사로 잘 알려진 곳이었지만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중견사 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8월 폐업 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437곳으로, 전년 동기(396곳)보다 10.4% 늘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거래 업체 가운데 38.9%가 부실 위험 단계에 진입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위험 신호로 보는데, 금호건설·일성건설·이수건설 등 시평 100위권 건설사 중 일부는 400%를 초과한 상태입니다. 업계에서 매달 줄도산 공포가 더 커진다는 ‘N월 위기설’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악성 미분양 84% 지방 집중…수요 위축에 직격탄
업계 불황의 원인으로는 급등한 공사비와 침체된 분양 시장이 꼽힙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방에 78.7%가 몰렸습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057가구 중 무려 83.5%가 지방 물량이었습니다. 지역 수요 위축과 공급 불균형이 맞물리며 지방 건설사들은 더욱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한 번 방향이 바뀌면 최소 수년간 그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단기간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업계 재편이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신규 사업의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선택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에서는 수요 위축이 심각해 단기간 회복이 어렵다”며 “특히 공공공사 발주가 상반기 크게 줄어들면서 지역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5월 기준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3% 감소했으며, 특히 공공 토목공사가 38.7% 줄어든 것은 매우 부정적 신호”라며 “내수 침체 지역을 중심으로 하반기 공공 발주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지방 주택시장은 공급 과잉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이번 9·7 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주택공급에 대한 신호가 주어졌지만, 정부가 다주택자 세제 감면이나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 보완도 절실하다.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PF 구조 개편·체계적 리스크 관리 방안 마련해야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지속되는 줄도산 공포가 돌발변수가 아닌 ‘예고된 파국’이었다고 우려합니다. PF 부실과 고금리 부담, 원자재 상승과 금융권 대출 축소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체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가 부채 의존 경영과 미분양 리스크를 무시한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시평 100위권 내에서도 추가 법정관리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기 유동성 공급뿐 아니라 PF 구조 개편과 체계적 리스크 관리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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