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특검 합의 '후폭풍'…여권 격랑
여 투톱, 특검법 두고 '정면충돌'…'취임 100일' 이 대통령도 가세
2025-09-11 18:33:27 2025-09-11 19:02:47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연 11일 민주당에선 파열음이 났습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별검사법 처리를 놓고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당과 원내를 각각 책임지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이상 기류는 그동안에도 물밑에선 감지됐지만,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대통령도 "협치와 야합은 다르다"며 특검법 합의를 공개적으로 질타했습니다. 3대 특검법은 결국 여당 주도로 기존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관계 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당 지지자들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법 합의안 퇴짜에…김병기 '격노'
 
수사 기간을 30일 추가로 연장하고, 수사 인원을 늘린 3대 특검법 개정안은 이날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수사 기간은 기존 특검법보다 30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 특검법에는 특검 재량으로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한 뒤 대통령 재가를 받아 30일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수정안은 특검 재량 연장이 '30일씩 2회'로 확대됐습니다. 
 
이는 전날 여야 합의를 뒤집은 겁니다. 앞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국민의힘의 요구를 수용해 기존 특검법에 따라 수사 기간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이 알려진 후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이 빗발치자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개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과의 합의안 대신 기존 개정안 내용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발단은 정 대표의 오전 공개 발언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라며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격노한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며 반발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이 마치 독단적으로 국민의힘과 합의한 것처럼 국면이 전개되자, 정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겁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진행 상황과 내용 등을 정 대표에게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럼에도 정 대표가 재협상을 지시하며 협상의 책임을 김 원내대표에 떠넘긴 데 대한 불만이 정 대표를 향한 공개 사과 촉구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도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느냐"며 특검법 합의를 공개 질타했습니다. 사실상 특검법 합의를 주도한 김 원내대표가 수세에 몰리게 된 셈입니다. 
 
김 원내대표가 특검법 수정안을 갖고 대통령실과 사전에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김 원내대표가 아마 대통령실하고 협의가 된 것 아닌가 싶다"며 김 원내대표와 대통령실이 합의안을 두고 사전에 정보 공유가 이뤄졌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민주당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당"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김 원내대표가 당내 의원들, 당원들의 그러한 문제점 제기에 대해서 파기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3대 특검법이 원안대로 통과된 이후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3대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 전체의 요청으로 뜻을 모아 마련한 법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김병기 갈등 장기화 땐 '위기감↑'
 
앞으로 관건은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관계 정립입니다. 특검법 합의안을 두고 한 차례 맞붙은 두 사람이 향후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현 당내 지도부 갈등이 장기화될 수도, 아니면 금방 수습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진 두 사람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마지막에 잇따라 발언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갈등 양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가 아닌 국민과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원론적 사과에만 그친 데다가, 이 대통령도 파기된 합의안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여당 내 지도부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현 사태가 원내지도부 사퇴까진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민주당 의원총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 땐 격앙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그런 자리는 아니었다"며 "특검법 내용 문제와 관련해서 차분한 지적들이 있었다. 원내대표 사퇴까지 요구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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