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동남아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K-방산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동남아 지역은 러시아와 중국산 장비가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러시아의 공급망 불안과 남중국해 갈등 등으로 무기 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산 무기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출하식. (사진=경남도 제공)
최근 국내 방산업계는 동남아 국가들과 연이어 수출 계약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11일 한국산 K-9 자주포 도입 계약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구체적인 물량과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1차로 24문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계약은 공산권 국가가 K-9 자주포를 도입한 첫 사례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필리핀과 FA-50 경공격기 12대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함께 KF-21 공동 개발에도 참여하며 방산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동남아 국가들이 국내 방산업계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러시아 공급망 불안과 남중국해 갈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동남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산 무기에 의존해왔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의 여파로 러시아제 장비의 유지·보수와 정비가 어려워졌습니다. 또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산 무기 체계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동남아 방산 시장이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방산업계에도 수출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군비 확장 기조에 더해 태국·캄보디아 갈등 등 역내 긴장이 겹치면서 군사비 증액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안보 불안 심화에 따라 각국이 군 현대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방위 예산을 대폭 확대하며 무기 체계 갱신과 첨단 기술 확보, 인력 확충, 국내 방산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군 현대화 계획 ‘리-호라이즌 3(Re-Horizon 3)’의 완료 시점을 당초 2034년보다 앞당기며, 남중국해 갈등에 대비한 억지력 확보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베트남 또한 자력 장비 개발을 강화해 VCS-01 배터리, VU-C2 지휘체계 등 무기 운용 능력을 확충하며 국방 자립도와 대응 역량 제고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군사비 지출 증가세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국가들의 군사비 지출은 549억달러로, 전년 대비 7.5% 증가하며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등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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