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부가 5년간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평균 27만호로 매년 1기 신도시가 조성되는 셈이라, 건설 내수 비중이 가장 높은 철강 수요 구조상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회복의 발판을 일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최근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매년 약 27만호, 총 135만호 규모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놨습니다. 아울러 공급 기준이 기존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전환되면서 체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건설 경기 침체, 미국의 50% 초고율 관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산 저가 제품까지 유입되면서 내우외환에 직면했습니다. 지난달 한국으로 들어온 일본산 철근 수입량은 1만127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 이상 급증했습니다. 평균 수입가는 톤당 64만~65만원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지난해 국내 철근 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중국산(70만원대 초반)보다도 저렴합니다. 일본 철강사들이 내수 부진과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영향으로 국내 철근 유통가는 톤당 70만원 선을 밑돌며 지난주에는 68만원까지 하락, 전주 대비 1.4% 떨어졌습니다. 국내 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이 톤당 70만원 후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판매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입니다.
이에 철강사들은 가격 방어를 위해 공장 가동을 멈추는 극약 처방에 나서고 있습니다. 동국제강은 건설 경기 부진과 공급과잉, 여름철 전기료 부담을 이유로 지난 7월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을 한 달간 중단했습니다. 현대제철도 지난 4월 처음으로 인천 철근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6월에는 포항 2공장을 무기한 휴업했습니다. 이어 7월에는 인천 철근공장 생산을 다시 42일간 멈춘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으면서 내년 철강 시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장기간 이어진 침체 속에서 업계로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종전의 민간 매각 방식 대신 직접 공동주택용지를 시행하고, 인허가 절차도 단축해 사업 속도를 높일 방침입니다. 정부가 대규모 공급 의지를 공식화한 만큼 건설 경기 회복 시 철강업계도 수혜가 예상됩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철강 수요에서 건설업 비중은 31.5%로 가장 높으며, 자동차(29%), 조선(17.5%)이 뒤를 잇습니다. 이는 건설 경기 변화가 철강 내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공급 기준을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전환한 것은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봉형강, 특히 철근 수요 개선을 동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철강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가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정부 주도 방식이 될지, 민간 주도 방식이 될지 아직 불투명하고 구체적인 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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