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HMM 삼키나…23조 해운 공룡 인수전 재점화
2년 전에는 부인, 이번엔 현실화?
철강서 해운까지 수직계열화 겨냥
2025-09-05 14:17:32 2025-09-05 15:05:5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포스코그룹이 국내 대표 원양 국적선사인 HMM 인수 검토에 착수하며 철강·소재·물류를 아우르는 ‘초대형 밸류체인’ 구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2년 전 단순한 ‘설’에 그쳤던 논의가 다시 부각된 것은 HMM의 지분 구조 단순화와 물류망 확보 필요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모습. (사진=연합뉴스)
 
5일 포스코홀딩스는 HMM 인수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향후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 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어 “본 건과 관련해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포스코의 HMM 인수설은 과거에도 한 차례 불거졌습니다. 2023년 당시 포스코는 “검토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는데, 가장 큰 이유로 영구채 구조가 꼽혔습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2016년 HMM 회생을 위해 투입한 영구채는 언제든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 실제 지분율을 확정하기 어려웠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지분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인수 의지를 꺾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상황은 다릅니다. HMM이 영구채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복잡했던 지분 구조가 정리됐습니다. 자사주 공개매수와 소각을 통해 유통 주식 수도 줄였습니다. 사실상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만 확보하면 경영권 인수가 가능하다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매년 3조원 안팎의 원재료 물류비를 지출하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HMM 인수가 곧 비용 절감과 사업 경쟁력 제고로 직결됩니다. 특히 철강·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한 포스코가 안정적 해운망을 확보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컨테이너선 중심인 HMM이 중장기적으로 벌크선 확장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포스코의 원재료 수송 전략과도 연계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인수 자금 마련입니다. HMM의 시가총액은 23조원, 산업은행 지분(36%)만 7조원에 달합니다. 포스코홀딩스가 7조원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액 투입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해운업계의 반발도 변수입니다. 화주인 포스코가 HMM을 소유하게 되면, 경쟁사들은 공정 경쟁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습니다. 실제 2020년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때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국내 물류 분야 협력 업체들에 젖줄과도 같은 기업인 포스코가 제삼자 물류 기업의 희생을 담보로 배를 불리겠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진공은 매각 의지가 상대적으로 낮아 산은과의 공동 매각 시점이 맞지 않으면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국내 대형 로펌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 포스코 자문단의 검토가 마무리되는 시점과 산업은행의 매각 일정이 맞물리면, 인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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