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홈플러스)⑤골든타임 놓친다…"정부 역할, 불가피"
농협·쿠팡 등 원매자 물망
인수 구체화 위해선 정부 주도 불가피
전문가들 "정부가 민생경제 안정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
2025-09-04 16:30:19 2025-09-04 17:21:30
홈플러스 본사. (사진=홈플러스)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수정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게 있어 지금이 인가 전 인수합병(M&A) '골든타임'이라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최대 연장한다고 가정할 경우 넉넉하진 않지만 1년 정도의 시간은 남아 있고, 아직까지는 홈플러스가 유통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매물인 까닭입니다. 이에 홈플러스의 M&A가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농협 등 다양한 후보들이 인수 대상의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요. 
 
다만 홈플러스 매각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 데다 대주주의 재무적 여력 제한 등 제약 요소들도 만만치 않아, 홈플러스 자체 수준에서의 일부 투자 및 경영 개선만으로는 회생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홈플러스 임직원들의 생계가 경각에 달린 만큼, 정부 차원의 경영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 역시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통매각 추진…농협 인수 시 '하나로마트' 시너지 기대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현재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알짜 매물로 꼽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일단 홈플러스는 사업 및 고용 측면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해 통매각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단 홈플러스가 매각 의사를 밝힌 가운데, 시장에서는 몇몇 기업들이 인수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들은 없지만 농협, 쿠팡 등 주로 유통 대규모 단체나 대기업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들 조직의 경우 모두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자 뚜렷한 보완해야 하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홈플러스 인수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 2위라는 지위의 기업가치, 홈플러스가 확보한 상당한 협력사 네트워크 및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면, 다른 유통 기업들 입장에서 상황에 따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거론되는 업체들이 하나같이 거대 조직인 만큼 홈플러스를 안게 되면 유통업계의 대대적 판도 변화까지 예고되는데요. 
 
우선 현재까지 투자은행(IB)업계 안팎에서는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이미 10년 전 홈플러스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당시에도 농협은 인수 물망에 오른 바 있는데요. 농협이 현재 전개하고 있는 ‘하나로마트’가 만성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홈플러스 인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나로마트는 농·축산물 공급을 토대로 농·축협 조합원의 이익 실현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니, 대부분 점포가 지방에 분포해 수도권 고객의 접근성이 낮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돼왔습니다. 아울러 주력 고객층이 5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이뤄져 20~40대의 젊은 수요층을 유인해야 하는 과제 역시 안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국내산 신선식품 시장이 급성장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농협 입장에서 홈플러스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데요. 홈플러스가 이미 신선식품 특화 콘텐츠인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도입해 농·축산물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기업의 물리적 결합에 무리가 없고, 홈플러스가 이미 확보해놓은 도심권 유통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전국 1000여개에 이르는 회원 농축협의 경제 사업 활성화 역시 기대할 수 있다는 반응입니다. 
 
쿠팡도 IB업계에서 거론되는 기업들 중 하나입니다. 쿠팡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미 선두 자리에 오른 만큼 추후 오프라인 유통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공식적으로 오프라인 진출을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이미 광범위한 물류망을 갖춘 만큼 이미 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한 상태입니다. 특히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의 가장 큰 약점이 신선식품 콘텐츠라는 점에서, 홈플러스가 확보한 식품 사업 네트워크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M&A 퍼즐 완성…"정부 개입 여부에 달려"
 
이처럼 홈플러스 인수를 두고 다양한 기업들이 원매자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홈플러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가중되는 자금 압박을 위해 고강도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보니 외부 차입이 어렵고 이는 곧바로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홈플러스 자체 수준에서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죠. 
 
무엇보다 대형마트의 경우 대표적인 전통 노동집약산업으로 홈플러스의 회생 성공 여부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민생경제는 물론 고용안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 추세대로라면 회생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업계는 홈플러스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형마트를 비롯한 도소매 및 상품중개서비스 산업 취업유발계수는 2022년 기준 11.2로, 흔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9.2)은 물론 제조업(8.5)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같은 시기 고용계수는 4.73으로 역시 건설업(4.6), 제조업(4.18)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홈플러스가 단순한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유통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의 개입이 이뤄져야 원매자들의 참여도 더 원활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기업들의 경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경우라면, M&A 추진 시 시일만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해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인수 물망에 오른 기업들도 정부의 개입 시그널이 있다면 더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게 된다. 원활한 인수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홈플러스는 정부 주도 M&A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입니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 가운데 유동성이 악화하면서, 홈플러스는 오는 11월16일 5개 점포를 닫고, 12월 10개 점포를 추가로 더 폐점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지난 3일 마트노동조합 위원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고, 앞서 지난 7월 말에는 임직원 및 협력사 직원 약 2만2000명이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전달하며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자금 수요가 큰 추석을 앞두고 임대료 조정이 완료된 점포에 밀린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자금 압박이 확대됐다"며 "이번 위기는 단순한 유통 기업의 경영 이슈가 아닌, 민생경제와 고용안정에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 역시 절실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전문가들 역시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힘을 싣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도미노 폐점으로 인한 지역 경제가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석유화학산업이 어려울 때도 저리융자 등 금융 지원을 포함해 정부가 주관한 M&A 등이 있었다"며 "정부 측에서 농협 등 홈플러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에서 분할 매각이라도 할 수 있게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홈플러스 역시 한꺼번에 도산하게 될 경우 고용을 비롯한 지역 경제에 악영항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대형마트가 홈플러스 하나밖에 없는 지방 소도시에는 부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지원은 형평성 문제 때문이라도 어려울 수 있지만, 작은 도시에서 대형마트는 사람들의 마트 이상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민 편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매각 과정에서 인수자에게 혜택을 주는 등 지방 소도시 점포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홈플러스가 마트 산업을 넘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대로 청산되기엔 분명 아까운 채널"이라며 "유통업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기업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시장에만 M&A를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다 관심을 기울인 상태에서 인수 작업이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 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6일 홈플러스 부천소사점을 찾은 고객들이 식품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김충범·이수정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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