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푸틴 '반미 빅텐트'
실질적 3자 협력 가능성↓…양자 협력 통한 소통할 듯
미국 중심 '일극 체제' 거부…반트럼프 '다자주의' 전환
2025-09-02 16:43:19 2025-09-02 19:18:14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북한·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66년 만에 한자리에 섭니다.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이른바 '반미 빅텐트' 연대를 결성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건데요. 북·중·러 3국이 만약 열병식 행사 직후 정상회담을 가진다면, 경제 협력은 물론 반서방 대응 공동 전략을 꾸릴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 정세의 새로운 격변이 시작되는 겁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6년 만에 북·중·러 나란히…신냉전 개막
 
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3일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이동했습니다. 
 
SCO 회원국 정상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서방'의 빅텐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으로 한층 더 공고해질 예정입니다. 
 
특히 천안문 망루에 북·중·러 3국 정상이 나란히 서는 모습은 '반트럼프', '반미' 연대를 결성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1959년 냉전 시기, 중국 건국 1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3국 정상(러시아는 당시 소련)이 나란히 섰던 장면이 66년 만에 다시 신냉전 시대로 재현되는 겁니다. 
 
이들의 연대는 또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구도를 고착화하고, 신냉전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자 회담 땐 '반서방' 구체화
 
판은 깔렸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하루 전인 이날 오전 러시아·몽골 정상과 3자 정상회담을 개최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외에도 중국을 방문한 주요국 정상들과 별도의 회담을 가질 예정인데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은 물론 푸틴 대통령까지 함께하는 북·중·러 3자 회담 성사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됩니다. 
 
현재로서는 북한·러시아와 연대에 거리를 뒀던 중국이 3자 회담까지 진행하기에는 부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우리 국가정보원(국정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당장 실질적인 북·중·러 3자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만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열병식 행사 이후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요. 중·러 회담 이후 북·중 정상회담에서 몇 가지 의제들이 공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에는 △반서방·신냉전 전략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재 대응 △3자 경제·안보 협력 △APEC 정상회의 관련 내용이 의제로 오를 전망입니다. 
 
시 주석은 이미 앞선 SCO 회의에서 "역사는 다자주의와 연대, 협력이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올바른 해답임을 증명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이 언급한 다자주의는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에 대항하는 개념입니다. 
 
푸틴 대통령 역시 "SCO가 보다 공정하고 다극적인 국제질서 구축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중·러 양국이 미국 중심의 통상·외교 행보에 반발하며 미국 견제를 위한 공동 전선 구축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결속 계기가 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논의도 예상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북·중·러는 미국 중심의 서방 제재에 공동 대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외교·경제 관계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논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제 경제 협력과 대외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APEC과 관련된 지역 경제 협력 및 대외 정책 등을 비공식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북한의 APEC 참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는 APEC을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작다는 건데요. 국정원은 "(북한은) 이번 방중을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최적의 카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며 접촉 기회 마련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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