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소득, 서울 적용' 놓고 오세훈-김동연 신경전
서울시 '기후행동 기회소득' 대상자 확대 요청
경기도 "서울시민 대상자 비용은 서울시 부담"
기후동행카드·서울 편입 놓고도 양 단체장 갈등
2025-09-02 15:50:21 2025-09-02 16:25:12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수도권 정책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간 분쟁거리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서울시청이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인 '기후행동 기회소득' 대상자를 서울 시민 일부로 확대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은 서울 시민에게 지급되는 기후동행 기회소득의 비용은 서울시청이 부담하도록 요구할 계획입니다.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인 기후동행카드와 김포시 등 경기도 기초자치단체의 서울 편입을 두고 대립해온 양 기관의 신경전이 비화되는 모습입니다. 
 
2일 서울시청·경기도청에 따르면, 서울시청은 지난달 말 경기도청에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대상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대상은 현재 7세 이상 경기 도민입니다. 도민이 걷기나, 특정 앱을 통한 페트병·우유팩·폐가전 배출 등의 환경보호 활동을 하면 연간 최대 6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합니다. 서울시의 요청은 경기도를 생활권으로 두고 있는 서울 시민으로 대상자를 확대해달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가 일터인 직장인 △경기도 대학을 다니는 대학생 △경기도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등입니다. 
 
2월26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여주시 SKB위성센터에서 기후경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서울시의 경우, 반대로 18세 이상 서울 시민뿐 아니라 서울을 생활권으로 하는 직장인·대학생·자영업자를 '손목닥터 9988'의 대상자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손목닥터 9988은 가입자가 걷기 등 건강 활동을 하면 6개월 동안 최대 1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오 시장의 역점 사업입니다. 손목닥터 9988 가입자가 서울 시민을 넘어 서울 내 '생활인구'를 포함하는 것처럼, 걷기가 실천 항목에 포함된 기후행동 기회소득도 경기도 내 생활인구를 포괄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서울시는 같은 논리로,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인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대상자를 서울 시민 일부로 확대하자고 하는 겁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기회소득을 통해 이재명 전 지사의 기본소득과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기본소득은 보편적이고 조건 없는 소득 지급을 지향하는 정책인 데 반해, 기회소득은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특정 계층에게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현재 기회소득에는 △예술인 기회소득 △장애인 기회소득 △체육인 기회소득 △농어민 기회소득 △아동 돌봄 기회소득 △기후행동 기회소득 등이 있습니다. 
 
기후행동 기회소득 대상자 확대 여부에 대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끼던 경기도청은 2일 "이 달 안으로는 서울시에 역제안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서울시는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서울 시민에게 경기도의 예산으로 기후행동 기회소득 지급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경기도청에서는 해당 서울시민에게 들어가는 기후행동 기회소득 예산은 서울시가 부담하라고 역제안한다는 겁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후행동 기본소득의 대상자를 확장하고 싶지만, 서울시에 확장 비용을 부담해달라고 제안하려는 이유는 두 사업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손목닥터 9988은 건강 증진 목적인데, 기후행동 기회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하루 30분 걷는 것 말고도 고품질 재활용품 배출 등 거주지 기반 활동도 포함하고 있다.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경기 도민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가 기후행동 기회소득 확대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비용 부담을 서울시에 돌리는 모습은 그동안 수도권 대상 정책에 대한 김 지사와 오 시장 대립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됩니다. 두 광역단체장은 대표적으로 기후동행카드와 김포시 등 경기도 기초단체의 서울 편입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오 시장은 2023년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와의 면담에서 "6~10년간 단계적 서울 편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서울시는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7월16일 '민선 8기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안타깝게도 민주당 단체장들 특히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 도민들이 많은 도시에서 기후동행카드 연계가 안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월25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경기도 김포시청에서 서울시-김포시 서울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청도 2023년 대중교통 교통비 지원 카드인 'The 경기패스'를 발표했습니다. 또 김 지사는 경기도 기초단체들의 서울 편입에 대해 날을 세우고, 기후동행카드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경기아트센터에서 개최된 경기언론인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포시를 포함한 서울 인근 일부 시·군의 서울 편입 문제는 사기극에 불과하다"면서 "2023년 경기도·서울시·인천시가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각 광역자치단체 특성에 맞도록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이 그 합의와 다르게 '왜 기후동행카드에 경기도가 협조 안 하냐'는 얘기를 한다면 대단히 이율배반적인 일"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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