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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김동관
한화(000880)그룹 부회장이 미국 경제사절단 동행 이후 조단위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핵심이었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이끌며 정부의 대미 협력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방산과 조선 부문에서 잇따른 대형 수주로 그룹의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009830)은 장기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실적 악화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악재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김 부회장이 성과와 위기라는 이중 과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 사진=한화그룹)
조선·방산 사업부문 약진…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성과 부각
2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룹은 1500억달러 규모의 마스가 펀드를 활용해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달러(약 6조98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하며 한화그룹의 마스가 프로젝트 서막을 알렸다.
계열사들도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미국 해운 계열사인 한화해운은 한화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하며 프로젝트에 힘을 실었다. 또한
한화오션(042660)은 자동화 설비,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 등을 도입해 LNG 반선을 만들고 나아가 함정 건조도 추진할 계획이다. 양호한 수주여건, 저가 물량 비중 축소, 높은 선가의 수주물량 등으로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개선되며 그룹 전체 현금 흐름 안정에 기여 중이다.
한화그룹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화필리조선소는 연간 1~1.5척 수준인 선박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도크 2개 안벽 3개 추가 확보와 12만평 규모 블록 생산기지 신설 등 총 50억달러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방산 부문 역시 성과가 두드러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해와 올해 잇따른 해외 대형 계약을 통해 지난 2021년 35조7000억원에 머물던 수주잔고를 올해 104조원(1분기 기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집트와 폴란드, 호주, 루마니아 등 주요 국가에서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등 계약이 진행되며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방산과 조선은 제한적 경쟁 구도와 국가 전략적 수요 덕분에 성장성이 높다”며 “김동관 부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직접 이끌어냈다는 점은 향후 그룹 후계자로서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학부문 적자 지속…신용도 방어 과제
반면 석유화학 사업은 김 부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부터 공급과잉과 마진 약세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0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은 1조3690억원에 달했다.
태양광 부문은 모듈 가격 상승 효과로 2분기 영업이익이 1021억원을 기록해 직전 분기(303억원) 대비 236.96% 늘었지만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27%에 그쳤다. 당기순손실 역시 1784억원을 기록했다.
차입 부담도 가중됐다. 순차입금 또한 2021년 4조6000억원에서 올 6월 기준 11조3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2023년 5.93배에서 지난해 말 25.15배, 올 상반기에는 13.4배를 기록했다. 해당 지표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얼마나 신속히 상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2~3배 수준이면 안정적이라고 평가되지만 3.5배를 초과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화학부문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올 2분기에도 케미칼 부문에서 46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7개 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17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확대된 셈이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 부담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태양광 셀 모듈 생산설비 확충과 케미칼 증설 등으로 지난 2023년~2024년 5조8000억원을, 올해에도 2조원 규모의 설비 투자(CAPEX)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하반기부터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NCC 설비 최대 370만톤 감축과 고부가 제품 전환이 추진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여천NCC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데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 누적 부도 위기에 몰린 여천NCC를 지원하고자 1500억원 규모 자금을 긴급 수혈하기도 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이익이 나타나고 있지만 케미칼 적자와 함께 전반적 영업수익성이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한화솔루션은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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