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50대 그룹 오너 일가의 자산가치가 3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 일가의 계열사 보유주 주가 상승이 전체 증가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지난 8월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오너 일가 중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623명의 자산가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총 자산은 144조4857억원으로 올해 초 111조5466억원 대비 32조9391억원(약 29.5%) 증가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모두 포함했습니다. 상장사는 올해 1월2일과 8월29일 종가를 비교하고 비상장사는 결산 자료 및 반기보고서를 참고해 순자산가치를 계산했습니다.
자산 증가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차지했습니다. 이 회장의 자산은 상반기에만 4조7167억원 늘어 약 16조62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보유 상장사 6곳(물산·생명·전자·SDS·E&A·화재)의 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삼성물산 주가는 올해 초 대비 48% 넘게 뛰며 이 회장이 보유한 19.9%의 지분가치를 1조8465억원 가량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로 1조5895억원, 삼성생명으로 1조774억원이 각각 늘어난 것도 전체 자산 크기를 키우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조9444억원↑·증가액 3위),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1조6982억원↑·5위),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1조5866억원↑·6위) 등 삼성가의 자산은 상반기 동안 총 10조원가량 불어났습니다.
개인 자산 증가 2위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으로 조사됐습니다. 조 회장의 자산은 1조9873억원 증가한 2조996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 이후 지분 증여와 계열분리 과정에서 형제간 지분 맞교환 등을 거치며 자산이 급증했습니다.
자산 증가 4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현대글로비스 무상증자 효과로 보유 지분의 가치가 크게 뛰며 자산이 1조8348억원 늘었습니다. 또한 현대 오토에버와 현대차의 주가 상승도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태선 장금상선 회장의 아들 정가현 시노코페트로케미컬 이사는 자산이 1조5392억원 증가한 총 2조5335억원을 기록하며 자산 증가 7위로 집계됐습니다. 해운·물류업 호황 덕분에 비상장 계열사 가치가 크게 뛰며 총 자산이 2.5배 이상 늘었습니다.
8위는 HD현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1조821억원 불어난 총 2조880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9위와 10위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상반기에만 각각 1조697억원, 9852억원의 자산이 증가했습니다.
반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보유 지분의 평가액이 25.2%(약 8301억원) 떨어지며 개인 자산이 3조2980억원에서 2조4680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넥슨의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의 배우자인 유정현 엔엑스씨(NXC) 의장 자산도 2000억원 이상 줄었습니다. NXC 보유분 일부 매각과 함께 주당 순자산가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며 감소 폭이 커졌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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