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이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양국 ‘제조업 르네상스’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재계는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첨단산업, 전략산업, 공급망 강화 등 3대 의제 중심으로 새로운 한미 협력을 다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 대통령,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김정관 산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 경제계 대표로 한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1500억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등 전략산업, 그리고 공급망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함께한다면 제조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 수 있다”며 “미국의 혁신 역량에 한국의 높은 제조 기술이 결합되면 양국은 최상의 시너지를 만드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투자 계획과 오늘 양국 기업들이 논의할 협력 강화는 원대한 한미 산업 협력 구상을 실행하는 로드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은 한미 기업인들의 투자와 경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주관 단체인 한경협의 류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여했습니다. 또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기업인들이 참석했습니다.
미국 측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회장을 포함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다나허, 구글, IBM, 보잉, 록히드 마틴, 오픈AI, GE, GM 등 미국의 대표 기업인 21명이 함께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찰스 리브킨 MPA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첨단·전략·공급망…3대 협력 논의
이날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첨단산업(반도체·AI·바이오 등), 전략산업(조선·원전/에너지·방산 등), 공급망(모빌리티·배터리·핵심소재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AI시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과 AI를 활용한 제조업 첨단화 등을 논의하고 방산 및 우주 분야에서의 새로운 협력 아젠다를 모색했습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 협력의 이니셔티브 제안 등이 이뤄졌습니다.
핵심 협력 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업 분야에서는 양국 간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미국의 우방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조선업을 비롯한 첨단·전략산업 분야 전반에서 핵심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의 협력은 양국 안보는 물론 국제사회 질서의 안정에도 직결되는 핵심 과제라는 것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이 밖에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 등 에너지 전환과 핵심 광물 조달 등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과, 양국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 기업들의 구체적인 투자와 협력 계획도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약 36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투자 금액인 210억달러에서 50억달러 늘어난 규모입니다. 현대차는 철강, 자동차, 로봇 등 미래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자 속속 발표…파트너십 MOU도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 도입(362억달러·50조원)과 GE에어로스페이스의 예비 엔진 및 엔진 서비스 구매(16억9000만달러·19조2000억원) 등 총 70조원 상당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대한항공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 계약입니다.
조선과 원자력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는 공동 펀드 조성, 투자, 기술 협력 등의 업무협약(MOU) 6건이 체결됐습니다. HD현대와 한국산업은행은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과 미국 조선업, 첨단 해양기술 등 해양 역량 강화를 목표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도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운영(MRO)과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MOU를 맺었습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아마존웹서비스(AWS), 엑스-에너지, 한국수력원자력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협력을 위한 4자 간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들 4개사는 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시장 확대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또 미국 에너지 개발사업자인 페르미 아메리카와도 원전·SMR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습니다.
한편, 이날 자리는 글로벌 기업 CEO들의 만남으로도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CEO가 반갑게 포옹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데, 퀄 테스트(품질 인증) 통과를 앞둔 것으로 알려진 HBM3E(5세대) 제품과 HBM4(6세대) 제품의 공급망 진입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 회장의 미국 방문을 전후로 테슬라·애플과의 굵직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을 따낸 바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계기 MOU·계약 주요 내용. (그래픽=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