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 측정 구성도 및 손상 영상 복원 결과. 움직이는 대상체(object)가 동적으로 변화하는 산란 매질 뒤에 위치해 있으며, 이미징 시스템은 산란 매질을 통과한 후 출력 면에서의 밝기(intensity)를 측정한다. 이처럼 산란된 측정값으로부터 선명한 영상을 복원하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사진=KAIS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로 풍경을 볼 때, 혹은 안개 낀 도로에서 전조등을 켜도 앞이 희미하게 보일 때, 우리 시야는 빛의 산란 때문에 흐려집니다.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센서에 들어오는 빛이 뒤섞이면 결과는 ‘흐린 영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장무석 교수와 김재철AI대학원 예종철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움직이는 산란 매질 너머의 숨겨진 영상을 복원하는 ‘비디오 디퓨전 기반 영상 복원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9월1일 밝혔습니다. 이 성과는 8월13일 인공지능 분야 학술지 <국제전기전자공학회 패턴분석 및 기계지능>(IEEE Transactions on Pattern Analysis and Machine Intelligence, IEEE TPAMI)에 게재됐습니다.
‘간유리 너머 풍경’까지 복원
산란 매질은 빛의 경로를 무질서하게 섞어 시각 정보를 왜곡하는 물질입니다. 안개·연기·불투명 유리·피부조직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연구팀의 기술은 이처럼 흐트러진 빛 속에서도 원래 영상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개 낀 도로, 화재 현장의 연기, 흐린 물속 시야 등에서 물체의 형체를 선명하게 복원하는 것입니다.의료 영역에서는 피부나 혈액 속을 비침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고, 산업 현장에서는 불투명 유리나 플라스틱 내부 검사가 가능합니다. 군사·안보 분야에서는 연기·먼지에 가려진 목표물을 식별하는 역할도 기대됩니다.
장무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보이지 않던 영역을 마치 ‘가려진 간유리 뒤를 들여다보듯’ 복원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AI가 인간 시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심은 ‘시간 상관관계’ 반영
지금까지의 AI 복원 기술은 주어진 훈련 데이터 범위를 벗어나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학 모델과 비디오 디퓨전 모델을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특히 ‘시간의 연속성’을 반영한 것이 관건입니다. 산란 환경이 바람에 흔들리듯 시시각각 변하더라도, 연속된 영상의 시간적 상관관계를 학습한 모델은 안정적으로 원래 영상을 복원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최고 성능 모델을 능가하는 결과를 얻었고, 실제로 정자의 움직임 패턴까지 관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생명과학 연구와 정밀 의료 분야에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사례입니다.
공동 제1저자인 권태성 박사과정 연구원은 “시간 상관관계를 학습한 디퓨전 모델이 움직이는 산란 매질 너머 데이터를 복원하는 데 효과적임을 확인했다”라며 “향후 다양한 광학 역문제로 연구를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범용 복원 프레임워크로 확장
이번 기술은 특정 조건에 국한되지 않고, 안개 제거·영상 화질 개선·블라인드 디블러링(흐린 영상 선명화)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범용 프레임워크로 발전할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복원 원리는 광학 모델뿐 아니라 다양한 물리 모델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즉, 향후 우주 탐사, 심해 관측, 차세대 로봇 비전 시스템 등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 볼 수 있습니다.
예종철 교수는 “AI의 진화는 단순한 데이터 인식에서 물리적 세계의 원리까지 흡수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이번 연구는 AI와 광학이 결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논문 DOI: 10.1109/TPAMI.2025.3598457
동적 산란 매질의 세부 설명. 연구에 사용한 산란 매질. 산란 매질은 회전 스테이지에 장착되어 동적 산란 매질로 사용되었다. 광원을 조사한 산란 매질 너머의 측정 PSF와 광학 모델로 재현한 가우시안 PSF가 일치함을 보였다. (사진=KAIS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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