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단독 노선, 불안정한 수요는 발목
이스타, 부산~푸꾸옥 국적사 최초
대한항공 계열 공급 유지 ‘역효과’
2025-09-01 14:32:16 2025-09-01 14:37:24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앞다퉈 단독 노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에 따른 공정위 시정 조치로 좌석 공급이 확대되자, 운임 경쟁력이 떨어진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단독 노선을 돌파구로 선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기 변동과 지역별 수요 편차 탓에 안정적인 운영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089590)은 오는 10월부터 인천~중국 구이린 노선 단독 운항을 시작합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월부터 부산~베트남 푸꾸옥 노선을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열었고, 티웨이항공(091810)은 LCC 가운데 처음으로 인천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등 장거리 노선에 단독 취항하고 있습니다. 
 
국내 항공사들이 단독 노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생존 때문입니다. 일본·동남아 주요 노선에서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탓에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노선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력에서 벗어나려는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라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 수익성 확보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단독 노선 발굴은 레드오션을 피해 블루오션을 찾는 전략이지만, 장점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며 “미국과 일본 사례를 보면 단독 노선을 개척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이는 애초 시장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LCC가 성공적으로 단독 노선을 운영하려면 대형 항공사와의 제휴, 여행 상품이나 부가 서비스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과 그 계열사들이 공정위 시정 조치 이행을 위해 공급 좌석을 유지하려는 점도 LCC 운임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합병 이후에도 최소 2019년 수준의 90% 이상 좌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급량이 늘어나자, 기존에 취항하던 LCC의 운임 경쟁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천~괌 노선이 대표적입니다. 제주항공은 결국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인천~괌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합니다. 
 
항공사들의 단독 노선 확대는 이 같은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더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늘어난 신규 취항지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기도 어렵습니다. 경기 둔화, 환율 변동, 지역 정세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요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흔한 관광지가 아닌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 흐름에 맞춰 희소성 있는 노선을 발굴하고, 동시에 수요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전략을 갖추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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