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연내 재오픈 '안갯속'…오아시스 '발만 동동'
결제망 막혀 '올스톱'…물 건너간 연내 오픈
2025-12-16 16:00:35 2025-12-16 16:52:3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파산 위기를 넘기며 극적으로 새 주인을 맞은 티몬의 영업 재개가 다시 멈춰 섰습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에 균열이 생겼지만 정작 반사이익을 기대했던 티몬은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상황인데요. 결제 시스템 구축이 장기화되면서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리오픈 일정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오아시스는 인수 직후 조속한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영업 재개에 필수적인 결제 인프라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카드 결제가 막히면서 실질적인 서비스 재개가 불가능한 구조인데요.
 
문제의 핵심은 카드사입니다. 카드사들이 티몬에서의 결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PG(결제대행) 연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온라인 결제 구조상 카드사가 결제망을 열어야 PG사가 중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이 연결 고리가 끊긴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사진=뉴시스)
 
카드업계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이른바 '티메프 사태'의 후유증이 있습니다. 당시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자들의 민원이 카드사로 집중됐고 채권 변제율도 1%에 못 미치며 갈등이 장기화됐죠.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 카드사들이 사실상 피해 대응 창구 역할을 떠안았다"며 "업계 전반의 분위기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카드사가 먼저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오아시스는 지난 6월 티몬을 총 181억원에 인수했는데요. 신주 인수 방식으로 지분 100%를 확보했고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약 65억원 규모의 채권도 함께 부담했습니다. 인수 금액은 비교적 낮았지만 정상화 책임은 고스란히 안게 된 셈이죠.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신선식품 중심의 버티컬 플랫폼 한계를 넘기 위해 티몬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픈마켓을 통해 비식품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기존 판매자와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결제 시스템 구축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인수 당시 리스크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비판도 나오는데요. 일각에서는 결제망 문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변수였기에 상황이 장기화되면 인수합병 시너지가 사라지고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목소리도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 역시 한계로 꼽히고 있습니다. 기존 티몬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선택이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단순한 주인 교체만으로는 소비자와 셀러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죠. 
 
이런 가운데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경쟁 이커머스들에 단기적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이용자 수 증가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며 발 빠르게 움직였는데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 사태 직후 컬리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는 80만명대까지 증가했고 오아시스마켓 역시 이용자 지표가 개선됐습니다. 반면 티몬은 리오픈 지연으로 소비자 이동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현실적으로 올해 안 오픈 불가능"
 
오아시스는 티몬 재개 시 셀러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익일 정산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결제망이 열리지 않는 한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오아시스 측은 연내 티몬 재오픈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오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영업 재개를 위한 준비는 대부분 마친 상태지만 카드사 결제 허용이라는 1단계가 해결되지 않아 오픈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회사의 의지나 결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카드사 측의 결정에 따라 오픈 시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무기한 연기라고 보는 것이 맞으며 카드사들이 여론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티몬·위메프 사태 여파로 자금난을 겪어온 인터파크커머스가 회생절차 개시 1년 4개월 만인 16일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습니다.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이후 판매자와 고객 이탈이 이어졌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해 회생절차가 폐지됐고 채권자 신고와 집회는 내년 2~3월 진행됩니다. 위메프에 이어 인터파크커머스까지 시장에서 퇴장하면서 티몬은 큐텐 계열 이커머스 가운데 유일하게 회생 가능성을 남긴 사례로 남았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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