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K-조선이 한미 간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후속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추진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합병, 투자, 업무협약(MOU) 등 각자의 방식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K조선의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출항의 뱃고동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닻 올린 K조선…방산 분야 ‘집중’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조선 ‘빅3’는 각자 전략을 바탕으로 향후 선박 수주와 유지·보수·정비(MRO) 등 수요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의 해양 패권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군함 건조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어, 미 방산 시장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특히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에서 체결될 신규 함정 계약 규모가 약 2100척,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 3사도 미 상선 수주를 넘어 방산 분야까지 대응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27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합병은 한미 조선 협력이 본격화되면서 늘어날 미국발 선박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방산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 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MRO 시장 진출 자격을 확보했습니다. 올해 8월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HD현대미포는 MSRA를 체결하지 못해 독자적 진출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중형 선박 건조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선박 건조에 특화된 HD현대중공업과의 통합을 통해 중형부터 대형까지 아우르는 MRO 수주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는 이를 통해 방산 부문에서 2035년까지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HD현대는 현지에서의 마스가 프로젝트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마스가 관련 첫 협약을 맺었습니다. HD현대는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과 손잡고 미 조선소 인수를 포함한 현지 투자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조선소 인수 후 현대화는 물론 첨단 조선 기술 개발과 기자재 업체 투자 확대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한화그룹도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필리조선소에 약 50억달러(7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번 투자를 통해 도크 2기, 안벽 3기와 12만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필리조선소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1.5척 수준에서 20척으로 확대됩니다. 앞서 지난 5월 한화는 10년 안에 생산능력을 10척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두 배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또 한화오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수출 시 국산 선박 사용 의무화’ 정책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능력도 필리조선소에 도입할 계획입니다. 현재 그룹의 해운 계열사 한화해운(한화쉬핑)은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 운반선 2척을 발주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에서 가장 많은 MRO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미 해군의 신뢰를 확보하고, 추후 함정 건조 능력까지 확충해 미 군함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는 구상입니다.
삼성중공업도 방산 분야에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비거마린 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MRO사업에 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비거마린 그룹은 미 군함 MRO 전문 조선사로 미 4개 주에 해군 인증 도크와 가공공장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해양 분야의 첨단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 최적화된 설비를 바탕으로 미 해군 및 해상수송사령부의 MRO 사업에 본격 참여할 방침입니다. 회사는 MRO 협력 성과를 토대로 향후 상선과 특수선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현지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의 최종 목표는 결국 군함 건조 수주”라며 “해양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국가들이 해군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어 조선업계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맞장구…마스가 성공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선박을 매우 잘 만든다”고 극찬하며 한미 조선업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조선업이 쇠퇴한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한국의 기술을 활용해 미국 내에서 선박 건조를 재개하고, 조선업 부흥의 기회를 마련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 의회도 자국 조선 보호 법안인 ‘존스법(Jones Act)’의 예외 적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에드 케이스 민주당 하원의원과 제임스 모일런 공화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상선 동맹국 파트너십법’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선박을 개조할 경우 기존 50% 관세를 면제하고, 조건부 연안 운송과 해운사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한미 조선업 협력은 기존 MRO 중심에서 상선 건조와 개조로 확대될 수 있고, 국내 조선소에서 개조·건조한 선박이 미국 연안에서도 운항할 수 있게 돼, 마스가 프로젝트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와 의회가 자국 조선업 부활을 위해 국내 기업들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마스가를 통해 MRO뿐만 아니라 상선 및 함정 건조까지 나아간다면, 미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는 동시에 국내 조선사들은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