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투함 해외 건조 표명…K조선 수주 ‘청신호’
전투함·보조함 2척 해외 조선소 건조 추진
백악관, 전투함 해외건조 막는 하원 ‘제동’
‘핀란드 모델’ 구상…후속 물량 미국 건조
2026-08-07 14:38:42 2026-08-07 14:38:42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 정부가 전투함의 해외 건조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잇따라 보이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 해군 함정 수주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미 해군이 한국 조선사들의 건조 역량을 파악한 데 이어 백악관까지 해외 건조를 막는 의회 규제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한국 등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도 한층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미 해군 신형 호위함의 기반이 될 레전드급 경비함.(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지난달 21일 미 하원에 제출한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관련 정부 정책 입장문에서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는 제1025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NDAA는 매년 미국 국방비 한도와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법률입니다.
 
하원이 마련한 NDAA 제1025조는 해군부 예산을 외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전투함을 건조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군함에는 첨단 전투체계와 기밀 기술이 포함돼 있어 동맹국이라도 해외 조선소를 활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재 미국은 이와 별도로 번스·톨레프슨법 등을 통해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OMB는 해외 조선소에서 수상전투함 2척과 비전투 보조함 2척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입법 제안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해외 조선소를 활용해 미 해군 함정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넘어, 이를 위해 의회의 규제 완화까지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셈입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핀란드 모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기 물량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동안 해당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고, 이후 후속 물량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이 ‘핀란드 모델’은 2024년 7월 미 해안경비대 쇄빙선 사업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핀란드의 앞선 건조 역량을 활용해 초기 물량을 확보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이 해외 조선소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중국의 해양 패권 확대에 대응해 해군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국 조선업의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은 함대 규모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요 조선소에서는 기존 함정 건조 일정마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의 미 해군 함정 사업 참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이 미 해군 함정 10척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는지 직접 물었고, 이 대통령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미 해군도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를 대상으로 구축함과 군수지원함 등의 건조 능력과 생산 여력을 파악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의 생산능력을 직접 확인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해외 건조를 막아온 제도적 장벽까지 손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조선사의 미 함정 사업 참여 가능성도 이전보다 뚜렷해졌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실제 전투함 건조까지 이어지려면 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합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2027년 NDAA에는 해외 전투함 건조 제한 조항이 유지된 만큼 향후 상·하원 법안 조정과 백악관 협의 과정에서 해당 규제가 얼마나 완화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투함 해외 건조와 관련해 규제 완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국내 조선업계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해외 건조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까지 완화된다면 국내 조선사들의 미 해군 함정 수주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더 나아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K조선의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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