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기지 소유권 달라"…도 넘은 트럼프
정부, 발언 배경 파악이 우선…실현 가능성 없어
2025-08-26 17:26:58 2025-08-26 17:42:54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입니다. 4만명이 넘는 주한미군이 현재 한국에 주둔해 있습니다. 한국은 주한미군 기지의 부지를 우리에게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입니다. 양도와 임대는 완전히 다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한국에 요청하는 것입니다. 한국도 기여했지만 우리는 기지 건설에 많은 돈을 썼습니다. 무상 대여 수준을 넘어서 소유권을 취득해서 대규모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군사기지 부지의 임대 계약을 없애고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중 '주한미군 감축과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답입니다.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한국 정부가 공여한 부지의 소유권을 가져야겠다는 다소 황당한 발언입니다. 한·미 동맹의 근간인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가 되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발언이자, 세계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말입니다. 다만 이 이야기가 미국 대통령,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동맹 근간 이해 못한 '황당 발언'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뒤 워싱턴 D.C.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부지 발언에 대해 "배경을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한미군 부지는 공여하는 것, 쓰도록 주는 것인데 그게 리스(임대)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땅을 주고 무슨 지대를 받는 개념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유권을 가지는 개념도 아니다"라며 "SOFA 협정에 따르면 미군이 사용하는 동안 우리가 공여하는 취지이고, 이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좀 헤아려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관련 질의에 "현실 세계에서는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다"며 "SOFA 규정에 의해서 잠시 사용하고 있는 것일 뿐 우리에게 반환하게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와 SOFA 제2조에 따라 주한미군의 주둔을 규정하고 이를 위한 주둔지 시설과 부지를 공여하고 있습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SOFA 제2조는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내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여된 부지가 사용 목적을 다한 경우 한국 정부에 반환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즉 주한미군에 공여되는 시설과 부지는 한국 정부의 소유라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기지를 미국에 임대한 것이라면 미국은 기지 사용료를 한국 정부에 지불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군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한미군기지 운영과 유지비 등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나눠서 부담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한 현실 인식 없이 한국의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발언 앞에 한 '주한미군 4만명 주둔' 발언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인정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공식 병력은 2만8500명이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동맹 현대화' 사전 포석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임무 변경을 골자로 하는 동맹 현대화를 앞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추구하는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 억제가 아니라 대중 전진기지입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견제에 주한미군을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달 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 기자들에게 한 발언이 이를 방증합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 동맹은 그 어떤 협정과 합의에도 특정 적대세력을 명명하지 않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또 브런슨 사령관은 "동맹 현대화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 대응에 한국군이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내 임무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정신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를 위해서는 이 조약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더 나아가 미국의 필요에 의해 한반도만이 아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대를 한반도에 주둔시키려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 같은 한국 내 여론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현대화의 사전 포석으로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식 확장주의' 우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캐나다의 51번째 주 병합을 비롯해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소유·통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소유 등 발언을 쏟아낸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와 연계된 확장주의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반도 내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기지를 갖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 됐든 전략적 유연성을 가진 미군이 한반도 내 기지 소유권을 갖게 된다면 남북 관계는 물론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 등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 올 게 분명합니다. 한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기지 부지 소유권 언급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만큼 무언가를 의도한 게 아니라 즉흥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희망 어린 분석과 함께 트럼프의 요구가 도를 넘은 것이라는 비판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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