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수출하면서…군사적으로는 견제?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은 무엇인가
2025-08-22 06:00:00 2025-08-22 06:00:0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P.뉴시스)
 
지난 3월(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에 배포한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와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명시했다. "중국을 국방부의 유일한 '추격하는 위협(pacingthreat)'으로 간주해 중국의 대만 점령 시도를 거부하는 동시에 미국 본토를 지키는 건 국방부의 유일한 '추격하는' 시나리오"라는 것이었다. '기밀, 외국 국적자에게 공개 금지' 표기가 붙은 9쪽짜리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2기의 대중국 정책이 매우 강경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고로 해석됐다.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미 본토 방어 '최우선 과제'
 
지난 5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하와이에서 한 군 관련 행사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동맹의 존재"라면서 "위성사진을 보면 한국은 섬 또는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의 항공모함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북한 격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으로서 역내 작전과 활동,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했다. 모두가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달 8일에는 한국 국방부 기자들에게,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포괄하는 서울∼도쿄∼마닐라를 잇는 '삼각형' 내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 경우 그에 맞게 대응하라는 요청(call)이 있을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양안 유사시를 상정하고 한 발언이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제안한 '한·미 동맹 현대화'는 중국 견제라는 목적 아래, 주한미군을 '붙박이 주둔군'이 아니라 '기동군'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적 유연성' 확보·확대를 넘어 한국의 적극적 '연루'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정책은 앨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이 주도하고 있다. 곧 공개될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수립도 그의 업무다. 그는 차관을 맡기 훨씬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의 지역 패권 확립 저지를 최우선 전략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가장 큰 외부 위협은 중국이며, 그에 맞서 군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여기까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의 모든 것일까. 지난 7월에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칩 'H20'의 중국 수출을 허가했다. 대중국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는 대가로, 지난 4월에 내린 불허 조치를 뒤집은 것이다. H100, B100보다는 저사양이라고 하지만, 중국의 딥시크가 미국의 챗GPT급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어낸 칩이 바로 H20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 유출이 우려된다며 H20의 중국 수출을 막았으나, 이런 우려가 해소된 정황도 없다고 한다. 
 
H20칩 대중 수출 허용…"백악관 NSC 내 대중 강경파 다수 해고"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기사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1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중 강경파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대중 강경파 인사들 다수가 최근 몇 달간 '충성심 부족'이라는 이유로 해고되었다"고 보도했다. "대신 백악관 인공지능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와 같이 대중국 수출 통제를 비판해 온 인사들이 기술 기업들에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정책을 바꾼 이유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때문이었고, "이후 미국은 중국을 '달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덧붙였다. 
 
정책 전환 배경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 대가로 대중국 매출의 15%를 요구한 건 도대체 뭔가? '뇌물'이 아니라면 자기네 기업에 돈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내주는 정부가 또 있을까? 트럼프는 당장 눈앞의 수익을 대중국 경쟁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아닐까? 미국 내에서는 "이제 록히드마틴도 중국에 전투기를 팔고 15% 수수료를 내면 되는 것이냐"는 탄식이 나왔다. 
 
호탕하게 시작한 트럼프의 관세 전쟁도 중국에는 흐물흐물하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기간을 90일간 연장했는데, 지난 5월 관세 유예에 이은 추가 연장 조치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중·미는 본질적으로 공생 관계다. 미국은 지난 8년 동안 중국과 무역 전쟁을 거치며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실용적인 태도로 대중국 관세를 유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유예 조치는 양국 정상회담, 더 나아가 그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중국 대변 대외 창구로 여겨지는 왕후이야오 중국국제화센터 이사장, 18일 <조선일보> 인터뷰)는 평가까지 나왔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사진=AP.뉴시스)
 
대만 총통 미국 경유 거부
 
트럼프의 백악관은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공식 계정도 개설했다. 트럼프 자신이 틱톡 퇴출 여론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조치다. 그는 1기 시절인 2020년에 틱톡에 사업체 매각을 강제하는 행정명령까지 내린 바 있다. 틱톡이 수집한 사용자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흘러갈 경우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거였다. 
 
중국에 맞서는 대만 민진당 정부에게 호의적이지도 않다. 대만 지도부와 직접 접촉을 피하고 있고, 중남미 방문에 앞서 미국 뉴욕을 경유하겠다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요청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는 "매우, 매우 똑똑하다(smart)", "그와 환상적으로 잘 지낸다(fantastically)"고 평가해왔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해왔고,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뜬금없이 시 주석이 트럼프 임기 안에 대만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대중국 견제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모두 동의하는 초당적 합의 사항이지만, 트럼프의 행보는 이와는 많이 다르다. 일관되게 이랬다 저랬다 '갈지자 행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안보 등 각 분야를 종합한 대중국 정책을 정립하지 못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새 정부에게 전략적 모호성 따위는 벗어버리라고 요구하는 세력이 강고하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국민의힘 등은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지금부터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자체가 불확실한데 뭐 얻을 게 있다고 벌써부터 우리가 입장을 밝힐 것인가?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살기 편하겠나.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