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첫 실명 비판에 대통령실 '첫 유감'…한·미 회담 앞 '냉기류'
외무성 통해 비난…한국, 적대·외국 국가로 규정
2025-08-20 18:01:52 2025-08-20 20:56:16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 실명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비난하자, 대통령실도 공식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북한을 향해 '유감' 등의 표현으로 반박한 것도 처음입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북한이 거부했는데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의 비판 수위가 거세지며 남북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통령실, 최초 입장 1시간 후 '유감' 표명 
 
애초 대통령실은 20일 북한의 대남 비난 메시지에 대해 "이재명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은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과 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과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최초 입장 발표 이후 1시간여 만에 북한 반응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놨습니다. 대통령실은 "북 당국자가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왜곡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계속 보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처음'으로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겁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문을 통해 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에 나섰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이어 김 부부장까지 대남 비난에 가세한 겁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개최한 을지국무회의에서 "작은 실천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부부장은 "그 구상에 대해 평한다면 마디마디, 조항조항이 망상이고 개꿈"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남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이유는 한·미 공조를 흔들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특히 김 부부장은 이 대통령 실명까지 언급하며 비판을 내놓았습니다.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공동선언문에는 '6·12 북·미 싱가포르 합의' 명시를 추진할 예정인데요. 한국과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출발점을 알리자는 공감대 형성에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싱가포르 합의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마주한 자리에서 도출된 북·미 간 합의문입니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으로 구성됐습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이뤄진 '중재 외교'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대외 주도권 확보…국제 지위 인정 '욕구'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날 담화를 통해 재차 '적대적 두 국가론'을 노골화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은 북한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확실히 리재명정권이 들어앉은 이후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색내려고 안간힘 쓰는 '진지한 노력'을 대뜸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 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2023년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국방성 방문 연설에서도 "한국 괴뢰 족속들을 우리의 전정에 가장 위해로운 제1의 적대 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대남 비난 메시지를 북한 내 대남 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통해 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9일 외무성 주요 국장들과 협의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부부장은 "외무성은 가장 적대적인 한국과 이 대통령의 선동에 귀 기울이는 국가들과 관계에 대한 대응 방안을 잘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한국 정부를 '외국'으로 대하겠다는 자세를 가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적대적 대남 전략을 통한 대외 환경의 주도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제적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겁니다. 
 
지난해부터는 대남 기구들을 재편하거나 해체하는 작업에 착수하며 외무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 정책에서 핵심 부서 역할을 맡고 있는 건데요. 김 위원장은 지난해 전원회의에선 '국가의 존엄과 국익을 존중하는 우호적인 나와 관계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간 이재명정부는 대북 정책으로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과 적대행위 불추진 등을 내세웠는데요. 북측의 메시지 비난 수위가 높아지며 앞으로 남북 관계가 더 냉랭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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