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발부 단골사유 '증거인멸'…끊이지 않는 이유는?
2025-08-22 12:38:51 2025-08-22 18:34:28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윤석열씨와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 주변부 인물에 관한 수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윤씨와 김씨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증거인멸 시도 의혹이 끊이지 않고, 특히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합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구명 로비를 한 의혹으로 채상병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 전 대표가 지난달 측근과 함께 한강공원에서 휴대전화를 파손한 것을 확인하고 그 측근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2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21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관봉권 5000만원이 포함된 현금을 압수했는데, 압수물의 일부인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남부지검은 직원이 현금을 세면서 따로 챙기지 않아 분실됐다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관봉권 띠지에는 관봉권의 출처에 관한 여러 정보가 담겨 있는데 중요 압수물의 분실에 대해 부실한 해명을 내놓으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9일 김건희 특검은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특검은 전씨가 청탁의 대가인 뇌물로 의심되는 금품의 행방에 대해 거짓 진술을 하고 김건희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본 겁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의 하나로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를 규정합니다. 전씨는 21일 오전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법원은 특검이 제출한 기록의 내용을 토대로 구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형사소송법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하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해 증거재판주의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한 증거라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는 적법 절차에 따른 증거의 수집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국가의 형벌권 남용 방지와 인권 보장을 위한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 중 하나입니다. 
 
반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증거인멸을 하고자 하는 유혹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는 심증이 있어도 증거가 없다면 자백하더라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은 처벌하지 않아 스스로 증거인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법 제155조 제1항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조 제4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 등을 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합니다. 
 
증거인멸죄의 객체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로서 인멸 등의 행위를 할 때 아직 수사나 징계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자신에 대한 사건의 증거는 증거인멸죄의 객체가 아니므로 인멸 등의 행위를 해도 처벌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등의 행위는 형사소송에 있어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해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 등의 행위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되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타인을 교사하면 증거인멸교사죄의 죄책을 진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타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하면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므로,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사람에 대해서는 교사범의 죄책을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증거인멸죄와 같은 조에 규정된 증인은닉죄의 객체도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입니다. 위증죄의 증인과는 달리 법정에 출석해 선서한 증인에 국한되지 않고 법정에 출석할 예정인 증인이나 수사 과정의 참고인도 포함됩니다. 대법원은 증인을 은닉하는 행위 역시 증거인멸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인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증인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인 때에도 증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자신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에 대해 인멸 등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기 비호의 일종으로서 적법 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상충하므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기본적으로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의혹이 있다면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신속한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 구속 사유에 해당할 정도라면 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증거인멸을 차단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할 겁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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