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 주요 정치인과 공직자 총 27명이 사면 명단에 대거 포함됐습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해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메시지로 특사를 요청한 보수 진영 정치인 명단까지 모두 포함됐습니다. 역대 정부 집권 1년차 때 첫 사면에서 정치인을 사면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면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는데요. 집권 1년차 때 정치인을 사면했던 예는 과거 이명박정부(정치인 사면 12명)가 유일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의원 출신 정치인만 '11명'…'친문계' 대거 사면
정부는 11일 8·15 광복절을 맞아 정치인·공직자 27명과 경제인 16명을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국회 의정 경험이 있는 의원 출신 인사만 총 11명이 사면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이번 사면에는 주요 정치인·공직자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진보 진영 정치인으로는 조 전 대표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윤미향·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초 알려진 이들 외에도 백원우 전 대통령실 민정비서관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신미숙 전 대통령실 균형인사비서관 등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도 대거 사면됐습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사면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또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은 아직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고를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7인회' 구성원인 이규민 전 의원도 복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선 이번 사면 결과를 두고 이 대통령이 친문계의 요청은 대폭 수용하면서 측근 그룹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댄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이와 함께 보수 진영 정치인으로는 홍문종·정찬민·심학봉·하영제 전 의원 등이 포함됐습니다. 앞서 송언석 위원장은 강훈식 실장에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들의 사면·복권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진이 찍혀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이후 논란이 되자 사면 요청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면 결과, 송 위원장이 요구한 홍문종·정찬민·심학봉 전 의원 등은 모두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인으로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등이 사면됐습니다. 최 회장은 잔형 집행 면제·복권, 최 실장과 장 차장은 복권됐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첫 특별사면부터 정치인을 대거 포함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하지만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의 형벌을 면제해 주는 것이어서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 전 대표의 경우, 형기가 절반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으로선 민심의 부정적 영향까지 고려해 사면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대 첫 사면 정치인 거의 없어…MB정부 12명 '유일'
실제 역대 정부에서도 집권 1년차 첫 사면 땐 정치인 사면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사면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대부분 생계형 민생 사범이나, 이전 정부에서 처벌받은 공안·노동 사범에 대한 사면이 이뤄졌습니다. 전임 윤석열정부의 첫 사면 때에도 주요 경제인을 대상으로 하면서 정치인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명박정부는 2008년 첫 특별사면부터 정치인 12명을 사면했습니다.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훈평·박상규 전 민주당 의원,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 문희갑 전 대구시장 등이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문재인정부 땐 2018년 신년 특사로 정봉주 전 의원이 유일하게 정치인으로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재명정부의 경우 이번 사면에서 과거 역대 정부가 집권 1년차 첫 사면 때 정치인 사면을 자제했던 것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정부가 정치인 사면을 결정한 배경엔 언젠가 사면해야 할 대상자들이라면 국정 지지율이 가장 높을 때인 집권 초기에 털고 가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정치인 사면을 단행한 것은 범여권 통합의 의미도 있습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요구했는데요. 이 대통령으로선 범여권 전체의 강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취임 초부터 여권 분열이 커지는 데 대해 우려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 지원에 나선 조국혁신당과의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 또한 있는데요. 일각에선 조 전 대표가 사면되지 않을 경우 호남에서 동정 여론이 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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