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내란특검이 11일 국민의힘 의원 두 명을 잇따라 소환,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할 당시 국민의힘이 집단으로 불참한 경위를 규명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날 오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데 이어 오후엔 김예지 의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습니다. 특히 계엄 해제안 표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모인 대화방과 문자메시지를 '스모킹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씨가 계엄을 선포하고 이튿날 새벽 국회에서 진행된 계엄 해제안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에 표결 불참을 유도하는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의원 두 명을 잇따라 소환한 것 또한 계엄 해제안 표결과 관련한 당내 의사결정 구조와 당시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검은 조경태·김예지 두 의원에게 계엄 해제안 표결 당시 당 지도부 차원의 지시 또는 외압 여부, 당내 연락망 운영 경위, 표결 불참 배경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8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단톡방'에 담긴 계엄 당일 상황
이번 수사의 핵심 단서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입니다. 특검은 계엄 선포 당시 해당 대화방에서 의원들 집합 장소가 국회 본회의장과 여의도 당사 등으로 거푸 변경된 탓에 서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포착된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가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잇따라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이 의원들로 하여금 본회의장 표결 참여를 방해하는 데까지 이어졌는지가 수사의 핵심입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내란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해제안 표결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이라고 하는데, (추경호 원내대표 측이) 본회의장이 아닌 당사로 모이라는 텔레그램 문자를 집중적으로 보냈다"며 "그런 행위를 유도한 의원들과 침묵한 추 전 원내대표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텔레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당사로 오라고 했던 분들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예지 의원은 특검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본회의장으로 부르기도 하고, 중앙당 당사 3층으로 부르기도 하는 게 몇 번 교차돼 혼선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본회의장으로 와야 한다'고 문자로 알려준 의원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계엄 해제안 표결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씨의 탄핵소추안 표결 땐 찬성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특검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통해 집합 장소 변경이 단순한 일정 조율이었는지, 아니면 계엄 해제안 표결에 불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의 일환이었는지를 규명하고 있습니다.
또 특검은 윤석열씨가 계엄 선포 약 1시간 뒤 추경호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요청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해당 통화가 실제로 있었는지, 또 그 내용이 표결 불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입증하는 건은 향후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8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 "당시 국회 있던 '모두'가 조사 대상"
특검은 조경태·김예지 의원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소환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일단 두 의원의 진술과 확보된 자료를 대조해 당시 당내 의사결정 구조와 표결 불참 경위에 대한 퍼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앞서 특검은 지난 7월15일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 같은 달 30일에는 김상욱 민주당 의원(계엄 당시 국민의힘 소속), 8월7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차례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계엄 해제안 표결 당시 국회 안에서 일어난 상황과 각당 지도부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특검은 조만간 국민의힘 의원들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표결 불참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시, 권유, 회의 내용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해 표결 방해가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를 규명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당시의 의사결정 라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필요할 경우 피의자 전환 등 법적 조치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박지영 내란특검보는 이날 오후 서울고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계엄 해제안 표결 당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함에 있어서 당시 국회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조사 대상"이라며 "다만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실질적으로 누가 피의자로 조사받고 처벌돼야 하는지는 사실관계 확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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