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불호령에도…끊이지 않는 '건설 사고'
포스코이앤씨 이어 DL건설…업계 리스크 확산 불안감
2025-08-11 15:11:56 2025-08-11 15:56:33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표명한 이후에도 DL건설 현장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건설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 사망 직접 보고'까지 언급하며 거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요. 건설사들은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기존 안전 체계 점검에 나서는 등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한 상태에서 사고가 재차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DL건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6층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사망했습니다. 그는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추락 방지용 그물망을 철거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DL건설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수사와 별개로 사고 직후 49개 전 현장에 대해 작업중지 하고 안전관리 점검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잇따라 사망사고를 낸 포스코이앤씨를 두고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는데요. 이번 DL건설 사고를 전해 들은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현 국정상황실을 통해 공유 및 전파하는 체계는 유지하되 대통령에게 더 빠르게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됐지만 건설 현장 안전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담당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4명이 사망하고, 3월에는 평택 아파트 현장과 충남 아산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2명이 사망해 총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회사는 신규 수주 활동을 중단하고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에 나섰는데요. 
 
현대건설 건설 현장에서도 올해 상반기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힐스테이트 라센트' 신축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뒤 경기 파주시 '힐스테이트 더 운정',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신축 현장에서 연달아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서도 지난 5월 울산 동구 미포만 앞바다에서 테트라포드 보강 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사망했습니다. 삼성물산에서는 6월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P4 신축 현장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졌습니다.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대통령은 초유의 직보 지시까지 꺼내 들었는데요. 대통령이 산재 사안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정부의 대처 역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은 포스코이앤씨의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 입찰 제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어디냐’…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불안감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신용도 하향을 우려하는 신용평가사들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설 업계에서는 리스크 확산에 대한 우려도 높은데요.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안전사고 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성 저하에 따른 평판 위험과 본원적인 수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안전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금융대출 제한 검토와 사고 관련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약화되면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사망 사고가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해서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에서 "다음은 어디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고들은 현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꼽힙니다. 특히 원청에서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도급 구조가 안전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청이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앞세우면 하청과 재하청 업체들은 인력과 장비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안전 관리는 등한시되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지요. 또 모든 법령은 원청과 하청에만 적용되고, 실제 작업을 지휘하는 작업반장과 시공팀장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한 것도 안전 관리가 어려워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은 51.8세로 집계됐습니다. 40대 이상 비중은 83.8%로 전체 산업 취업자보다 15.4% 높아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건설 현장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지난해 14.7%까지 증가했고, 건설업 사망자 전체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 추세입니다. 언어 장벽에 따른 소통 문제 등은 사망사고 발생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사 기간·비용 부족과 원가 절감 압박 속에 현장 안전 수칙이 무시되고, 최종 작업 책임자가 제도권 밖에 놓여 있다"면서 "불법 재하도급 현실을 인정하고 최종 작업 단계 책임자들에게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안전 수칙 미이행 시 실질적 페널티를 적용하고 충분한 공기와 예산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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