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하반기 들어 스팩(SPAC) 상장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상반기 공급 공백을 메우려는 수급 보정 흐름과 IPO 제도 개편 이후 실무 부담을 피하려는 전략이 맞물렸다는 분석입니다. 발행사와 증권사 모두에 유리한 구조가 재조명되며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이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스팩은 △KB제32호스팩(7월4일) △디비금융제14호스팩(7월22일) △엘에스스팩1호(7월22일) △하나35호스팩(8월6일) 등 총 4건입니다. 한 달여 만에 상반기 전체(3건)를 넘어선 수치로 시장에서는 수급 정상화 흐름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장 급증이 일시적 반등이라기보다, 상반기 부진에 따른 '밀린 물량' 해소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국내 스팩 시장은 2022년 45건, 2023년 37건, 2024년 40건 등 연간 30~40건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2025년 상반기에는 단 3건에 그쳤습니다. 전반적인 IPO 시장 침체 여파가 스팩 시장 부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스팩은 유효기간이 3년으로 매년 일정 수준의 상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며 "시장 전체 적정 규모는 약 100개, 연간 30~40건은 꾸준히 나와야 정상 작동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상장이 워낙 적다 보니 하반기에는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흐름처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제도 개편 이후 증권사와 발행사의 실무 부담 회피가 주요 동력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 증시 반등과 함께 IPO 제도 개편으로 실무 부담이 커지면서 스팩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장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스팩은 공모 과정 없이 자금 규모가 정해져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고, 증권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수익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팩 활용 확대는 발행사와 증권사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특히 IPO 제도 개선으로 주관사의 책임이 강화되자 증권사들은 발행사를 더 보수적으로 심사하게 됐고 발행사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산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팩을 전략적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수요예측 절차 없이 사전에 공모 금액이 확정되고 일정 조율이 자유롭기 때문에 실패 리스크가 적은 상장 수단으로 선호도가 높습니다.
최근 거래소가 일반 IPO의 수요예측 시 보호예수(락업) 비율을 40%까지 확대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매각 제약이 커진 반면 스팩은 락업 부담이 적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팩은 구조적으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도 여전히 투자 매력을 갖는다"며 "과거에도 연말로 갈수록 스팩 상장이 몰렸던 흐름을 보면 올해 하반기 역시 이러한 확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스팩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향후 합병 상장 시장의 재활성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IPO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소형 기업들 사이에서 스팩을 통한 상장 검토 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실제 합병 상장 딜도 하나둘씩 다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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