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은 말뿐?…정책 혼선에 증권주부터 출렁
세제 개편 실망에 증권지수 급락…대주주 기준·거래세 부담 겹쳐
고배당·개인 의존 높은 증권업, 세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2025-08-04 14:42:40 2025-08-04 14:42:40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들겠다며 증시 부양을 약속했지만 실제 발표된 세제 정책은 투자자 기대와 달랐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혜택보다 부담이 커졌고 대주주 기준은 다시 강화됐으며 거래세까지 인상되자 시장에서는 정책 방향이 엇갈린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던 증권주는 실망감에 가장 먼저 주가가 흔들렸고 당분간 변동성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업종지수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6월4일 1080.41포인트에서 한 달 뒤인 7월4일 1323.53포인트까지 약 22.5% 상승했습니다. 정책 기대감과 거래대금 증가가 맞물리면서 증권주 전반에 매수세가 몰렸지만 7월 말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7월31일 기준 지수는 1353.69포인트까지 내려앉으며 상승폭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습니다. 증권주는 세제 혜택 기대가 선반영돼 있었던 대표 업종인 만큼, 예상과 다른 방안이 나오자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낙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배당 기업에 투자한 개인에게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배당성향 40% 이상 기업의 배당소득이 3억원을 넘을 경우 최대 35%까지 과세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고 세율도 높아졌습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보다 후퇴한 내용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실망감이 퍼졌고 여당 내에서도 이소영·전용기·이언주 의원 등을 중심으로 정부안을 공개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정청래 대표가 공개 발언 자제를 요청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증권주는 고배당 성향이 높고 배당 매력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대표 업종인 만큼, 과세 기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외에도 세제개편안에 담긴 대주주 기준 강화와 증권거래세 인상 역시 증권주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기준은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아졌고, 거래세율은 0.15%에서 0.20%로 인상됐습니다. 2021년에도 같은 대주주 기준이 적용됐을 당시 연말을 앞두고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보유 지분을 줄이려는 '물량 던지기'가 반복되며 개인 순매도 규모가 3조1587억원에 달했고 시장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증권사는 개인 투자자의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고 전체 시장 대비 개인 의존도가 큰 업종입니다. 과세 기준이 강화되면 거래 위축 우려가 곧바로 실적과 주가에 반영됩니다. 여기에 증권주는 정책 기대가 가장 선반영돼 있었던 대표 업종이기도 해 정책 신호가 흔들릴 경우 가장 먼저 반응하는 구조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기준이나 배당 관련 조항은 개인 투자자의 반발이 큰 항목이라 국회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증권주에 선제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을 정책 자체보다 '신호 전달 방식의 실패'로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초 정부가 증시 부양에 강한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정책 이행 과정에서는 방향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 겁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율이 올라가고 대주주 기준도 강화되면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외친 정부 메시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증권주는 정책 기대가 선반영돼 있던 대표 업종이기 때문에 내용보다 방향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조정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계에서는 8월에도 증권주 중심의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세제 개편을 둘러싼 정책 신호가 여전히 혼재돼 있고, 대주주 기준이나 거래세처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남아 있어 당분간 증권주는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에도 정책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반등보다는 조정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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