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주변 빛 에너지로 24시간 건강 모니터링
KAIST-미국 노스웨스턴대, 맞춤형 무선 웨어러블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
2025-08-01 09:56:26 2025-08-01 14:20:20
무선 웨어러블 플랫폼은 i) 윈도우를 통과한 주변광을 직접 측정에 사용하는 광측정 시스템, ii) 고효율 광전지 셀과 무선 전력 수신 코일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받는 광발전 시스템, iii) 발광 물질로 빛을 저장해 앞의 어두운 상황에서 발광해 두 시스템을 보조하는 발광 시스템을 활용해 광원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한다. 센서 내 데이터 처리는 필수적인 데이터만을 무선 전송하여 전력을 최소화한다. 적응형 전원 관리 시스템은 광발전 시스템의 전력 공급량과 배터리 충전 상태를 기반으로 전원 선택기가 11가지 전력 모드 중 최적의 모드를 선택해 효율적으로 전원을 관리한다. (그림=KAIST)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기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전원 공급 방식입니다. 배터리는 무겁고, 유한하며, 환경에 부담을 줍니다. 과연 배터리 없는 웨어러블 기기는 가능할까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한 연구는 주변 빛을 활용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적응형 에너지 수확 전자장치(adaptive energy harvesting electronics)'를 개발함으로써, 무선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권경하 교수팀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박찬호 박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주변 빛을 활용해 배터리 전력 부담을 줄인 적응형 무선 웨어러블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모든 빛을 에너지원으로
 
연구팀은 태양광, 형광등, 디스플레이 화면 등 다양한 광원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세 가지 빛 기반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광전지(photovoltaic), 광발광(photoluminescent), 광측광(photometric) 방식입니다. 이들 기술은 각각의 원리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단일 시스템 내에서 조화를 이루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특히 조도(illuminance)나 파장 스펙트럼이 바뀔 때, 에너지 수율(energy yield)이 급감하거나 회로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이러한 다양한 광환경(light environment)에 자동으로 적응하면서 최적의 에너지 수확 조건을 찾아가는 전자회로, 즉 '적응형 전자장치'를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이 회로는 입력되는 광원에 따라 회로 구조와 동작 모드를 능동적으로 전환함으로써, 불안정한 실생활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합니다. 
 
이 플랫폼은 세 가지 상호 보완적인 빛 에너지 기술을 통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첫 번째 핵심 기술인 '광 측정 방식(Photometric Method)'은 주변 광원의 세기에 맞춰 LED 밝기를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입니다. 주변 자연광과 LED 빛을 합쳐 일정한 총 조명량을 유지하되, 자연광이 강할 때는 LED를 어둡게, 자연광이 약할 때는 LED를 밝게 자동 조절합니다. 
 
기존 센서가 환경과 관계없이 LED를 일정하게 켜야 했다면, 이 기술은 주변 환경에 맞춰 LED 전력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 충분한 조명 환경에서 전력 소모를 86.22%나 줄였습니다. 
 
두 번째는 '고효율 다접합 태양전지 기술(high-efficiency multi-junction Photovoltaic Method)'입니다. 이는 단순한 태양광 발전을 넘어서 실내외 모든 환경의 빛을 전력으로 변환합니다. 특히 적응형 전력 관리 시스템을 통해 주변 환경과 배터리 상태에 따라 11가지 서로 다른 전력 구성으로 자동 전환되어 최적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합니다. 
 
세 번째 혁신 기술은 '광발광' 기술입니다. 야광 페인트나 안전 표지판에 사용되는 형광체로, 빛을 흡수한 후 어둠 속에서 오랫동안 발광하는 축광 소재인 0.006mm 이하의 스트론튬 알루미네이트 미세입자(microparticles of strontium aluminate)를 센서의 실리콘 캡슐 구조에 혼합해, 낮 동안 주변 빛을 흡수해 저장했다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방출하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태양광 500W/m²에 10분간 노출되면 완전한 어둠에서도 2.5분간 연속 측정이 가능합니다. 
 
이 세 가지 기술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해 밝은 환경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식이, 어두운 환경에서는 세 번째 방식이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24시간 연속 작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다양한 의료센서에서 실용성 검증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다양한 의료 센서에 적용해 실용성을 검증했습니다. 광용적맥파측정(photoplethysmography) 센서는 심박수와 혈중 산소포화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심혈관 질환의 조기 발견을 가능케 합니다. 청색광 노출량 측정 센서는 피부 노화와 손상을 유발하는 블루라이트를 정확히 측정해 개인 맞춤형 피부 보호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땀 분석 센서는 마이크로 유체 기술을 활용,땀 속 염분, 포도당, pH를 동시에 분석해 탈수나 전해질 불균형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몇 가지 실험적 모델을 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심박수나 체온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바이오 센서였습니다. 이 센서는 태양 아래에서도, 실내 형광등 아래에서도, 노트북 화면을 통해서도 작동할 수 있었으며, 별도의 배터리 없이도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성능 검증을 위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밝은 실내 조명, 어두운 조명, 적외선 조명, 완전한 어둠 등 4가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테스트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조건에서 상용 의료기기와 동등한 측정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생쥐 모델을 이용한 저산소 상태 실험에서도 정확한 혈중산소포화도 측정이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이 모든 응용 제품은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으며, 기계적 충전이나 태양광 충전 시스템 없이 오직 주변 광원에 의존합니다. 이 점은 유지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뿐 아니라, 전자폐기물 감소, 지속가능한 기술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회로가 스스로 생각하는 적응형 스위칭 아키텍트
 
이 시스템은 소형 마이크로컨트롤러나 인공지능 칩이 아니라 회로 자체의 판단으로 작동합니다. 연구팀은 초저전력 상태에서 스스로 상태를 판단하고, 에너지 흐름을 제어하는 능동 소자 기반 회로를 고안했습니다. 이 회로는 광원의 종류와 세기, 출력 전압의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어떤 에너지 수확 경로(예: 광전지 vs. 형광 유도 vs. 색 변환)를 선택할지 판단합니다. 
 
예컨대 낮에는 태양광을 직접 사용하는 광전지 모드로 동작하다가, 실내에 들어오면 형광등의 빛에 반응하는 광발광 모드로 전환됩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디스플레이처럼 약한 백라이트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광측광모드도 탑재돼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 회로가 그 어떤 외부 명령 없이, 이 모든 전환 과정을 스스로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웨어러블 시스템이 요구하던 복잡한 프로그래밍, 센서 장착, 알고리즘 훈련 없이도 자율적으로 에너지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추가적으로 센서 내 데이터 처리 기술을 도입해 무선 통신으로 인한 전력 소모도 대폭 줄였습니다. 기존에는 모든 기초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해야 했지만, 이제는 센서 내부에서 필요한 결과만 계산해 전송함으로써 데이터 전송량을 400B/s에서 4B/s로 100배 감소시켰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 교신저자 중 한 사람인 KAIST 권경하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연속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해짐에 따라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기 진단을 통한 의료비 절감 효과와 함께 차세대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기술경쟁력 확보도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KAIST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 박도윤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됐습니다. 
 
에너지 하베스팅 및 전원 관리 플랫폼을 적용한 다기능 장치는 i) 광용적맥파 센서, ii) 청색광 선량계, 그리고 iii) 땀 분석용 발광 미세유체 채널과 생체지표(염화 이온, 혈당, pH 농도) 센서 및 iv) 온도 센서로 구성된다. 이 장치는 피부에 부착될 수 있도록 유연회로기판(fPCB)으로 구현됐다. 주변광과 측정용 빛이 통과할 수 있는 윈도우가 포함된 실리콘 구조체와 광발광 보호층이 광용적맥파, 청색광 선량계, 그리고 온도 센서를 감싸고, 광발광 미세유체 채널은 광발광 보호층 밑에 부착돼 땀을 수집한다. (그림=KAIST)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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