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국 대우’ 약속받은 반도체…대미 투자 펀드 조성 ‘과제’
향후 품목 관세 부과에서 유리한 고지
2000억불 펀드 조성…'이익' 두고 이견
2025-07-31 16:53:24 2025-08-01 10:06:38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한·미 상호관세 협상 결과와는 별개로 미국으로부터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정된 반도체 업계는, 미국으로부터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는 정부 발표와 이에 대한 미국 측의 확인에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두고선 새로운 투자 기회라는 의견과 함께, ‘미국만 유리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31일 오전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줄이는 데 합의하고, 3500억달러(약 487조4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조선·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정부는 3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펀드 중 1500억달러는 한미 조선 협력에, 2000억달러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분야 투자금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미국 진출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펀드 운용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프로젝트 산출물은 미국 정부가 인수를 책임지기로 했고, 합리적 상업적 타당성이 있는 프로젝트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00억달러의 투자 보따리를 미국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반도체 분야는 최혜국 대우’라는 실익을 챙긴 것으로 보입니다. 김 실장은 “후에 반도체나 의약품의 경우 품목 관세가 있더라도, 다른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같은 수준의 최혜국 대우를 받는 것으로 적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현재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해 한국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있어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나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대미 투자의 수익에 대해서는 한미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SNS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하는 대로 투자하기 위한 3500억달러를 미국에 제공할 것이며, 그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밝힌 반면, 김 정책실장은 “이익이 나는데 돈은 우리가 대고,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상적 문명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정부의 예상대로 대미 투자가 수익으로 회수된다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생산 라인도, 첨단 공정도 부족해서 자국에 대한 투자를 원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투자해 관세를 낮추고, 미국에 투자함으로써 빅테크 기업의 수주까지 받는다면 일석이조”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하는 대로 투자할 것이라는 러트닉 장관의 표현처럼, 미국만의 이익을 위한 투자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너무 일방적이며, 결국 우리나라가 미국에 다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2.0 시대에 FTA는 의미가 없어졌다. (관세가 생김으로써) 기업은 가격 정책이나 대외 전략의 모든 것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평했습니다. 
 
주요 기업들은 우선 상황 파악에 주력한다는 입장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반도체 및 파생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반도체 관련 리스크를 다각도로 분석해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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