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 현지화’…부품사엔 ‘독’
공급망 다변화 목적 TF팀 구성
중소·대형 부품사 타격받을 듯
중소기업, 현대차 의존률 90%
“인건비 등 고려 현지화 어려워”
2025-07-29 14:40:45 2025-07-29 14:50:43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정책에 맞서 부품 현지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현대차와 기아 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품업계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업계는 오는 31일(현지시간) 예정된 미 정부와의 최종 담판에서 최소 유럽연합(EU)과 일본이 합의한 관세 15% 수준의 협상 결과를 고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토랜드 광명 EVO 전기차 전용공장. (사진=현대차그룹)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부품 공급망 재편을 공식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목적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200여개 부품에 대해 새로운 공급업체들로부터 견적을 받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24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료비와 가공비 절감은 물론 부품 소싱 변경을 적극 추진해 생산 효율화를 통한 근본적 대응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현대차가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품 조달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대차가 부품 현지화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2분기 실적에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도 이러한 관세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문제는 관세 부담 상황에서 현대차의 부품 현지화 전략이 국내 부품업계 전반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 부품 기업까지 현대차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소 부품사들의 상황입니다. 이들 업체들의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는 9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중소 부품사들은 사실상 현대차가 유일한 매출처인 경우가 많아 현지화 정책이 본격화될 경우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업계에서는 이 중 60~70%가 현대차 납품분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 1공장 EV9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완성차 업체가 관세 부담을 부품사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세는 수입자가 부담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납품 단가 인하 등의 방식으로 부품사에 간접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가 작은 대다수 중소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를 따라 해외로 진출할 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대기업 부품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1분기 현대차(39.4%)와 기아(36.4%) 의존도는 75.8%에 이릅니다. 글로벌 6위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조차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입니다. 토요타의 핵심 부품 계열사 덴소의 매출 비중 46.3%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관세 이슈와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주요 고객사의 프로젝트가 일부 이연되기도 했지만, 대규모 수주 일정이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린다는 계획까지 세워놓은 상황입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지난해 기준 70만대였던 현지 생산 능력을 120만대까지 확대할 방침입니다. 수입 자동차에 부과되는 품목 관세(25%)를 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현대차 입장에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던 미국 수출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결국 국내 부품업계의 매출과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부품 현지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자동차 부품 생산기지로 적합하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극복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현지화 비중을 높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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