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관세 마감 시한인 8월1일(현지시간)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정부는 통상·투자·구매·안보를 망라한 '패키지딜'(일괄거래)에 방점을 찍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문제는 패키지딜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요. 정부가 난관을 극복하고 윈-윈 딜(거래)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일각에선 패키지딜에 포함된 항목 중 일부를 제외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협상 폭 넓혀 전략적 '유연성' 확보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 이후 미국 방문이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 후보자는 전날 개최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청문회를 마치고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해서 마지막 협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우리 측에선 대미 협상을 위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1일 관세 협상시한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것인데요. 앞서 미국 측은 지난 7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핵심 동맹국에게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상에서 통상과 안보를 별개 사안으로 다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존 입장을 뒤집어 패키지딜을 통해 미국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습니다. 미국이 협상 시한을 정해놓은 만큼 기존 방식으로는 진전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협상의 폭을 넓혀 전략적 유연성과 국익을 확보하려는 조치인 겁니다.
이와 관련해 여 본부장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8월1일까지) 남은 시간은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라며 "'랜딩존(합의 지점)'을 찾기 위한 주고받는 협상을 준비할 때"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상호관세 25%를 비롯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알래스카 천연가스 투자 등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해제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도 소고기 규제 완화를 협상 카드를 검토 중입니다. 다만 축산업계 등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정부, 최종 협상 카드 점검…곧 실질적 담판
쌀 수입도 복잡한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는 쌀에 513%의 고관세를 부과해오고 있습니다. 전체 물량 중 40만8700톤만 저율관세할당물량(TRQ)으로 정해 5% 저율 관세로 수입합니다. 현재도 농민단체는 TRQ 물량을 줄이라고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패키지딜에 쌀 수입을 포함하면 단체 등 업계의 반발이 불거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결국 한·미 협상의 핵심은 미국 측의 요구 수용 방식과 우리나라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는 조선과 반도체 등의 제조업 분야의 협력이 대표적인데요. 미국 측에 제조업 협력을 강화해야 협상에 성공했다는 명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미국의 신사업과 에너지 분야 투자도 관세 협상에서 패키지딜에 포함해 제시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안보 사안에 관해선 양국의 협의 없이는 관세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제기됐습니다. 우리 정부가 패키지 딜로 선회한 이유도 내줄 것은 내줘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방위비 분담금 등을 충분히 내는 것을 부각시키며 조선·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고리로 패키지딜에 방위비 분담금과 전시작전권(전작권) 환수, 방위산업 협력 등을 포함시켜 외교·안보 사안과 등 포괄적 사안을 조율하며 미국과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안보를 거래로 포함시키면 패키지딜 실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패키지딜에 포함된 안보가 미국과 협상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과 최종 담판을 앞두고, 최종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는 목록을 점검 중입니다. 이재명정부 1기 통상 라인 구축이 완료됨에 따라 통상 협상을 위한 한·미 2+2 고위급 협의체도 재구성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조만간 방미길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통상 '투톱'인 두 장관이 이번 방미에서 구체적 협상 카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 실질적 담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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