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디지털 장관의 민생 시험대
2025-07-18 06:00:00 2025-07-18 06:00:00
중소벤처기업부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다. 중소기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이끌 적임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고,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들 역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인선은 상징성부터 남다르다. 중기부가 부처로 승격된 2017년 이후 장관직은 줄곧 정치권 출신의 몫이었다. 이영 전 장관이 '1세대 여성 벤처 창업가'라는 이력을 지녔지만, 임명 당시에는 여당 의원 신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 후보자는 사실상 첫 민간 출신 인사로, 기업 현장을 잘 아는 실무형 인사로 평가된다. 
 
특히 네이버 대표 시절 추진한 '프로젝트 꽃'을 통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은 주목할 만하다. 민간에서 검증된 성과가 이제는 공공 정책의 시험대로 옮겨지는 것이다. 
 
지금 중소기업계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위기 속에서 경기침체, 인력난, 기술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되었고, 첨단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맥락에서 한 후보자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역량만으로 중소기업계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후보자의 경력은 주로 첨단 ICT 산업과 벤처 생태계에 집중돼 있지만, 중기부가 관할하는 영역은 훨씬 넓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부터 전통 제조업,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까지 산업 구조와 정책 수요가 제각각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분명 강점이지만, 전통 업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적 감각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소상공인의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1만32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육지책의 심정으로 최저임금 합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미 인건비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미래 비전만으로는 외면할 수 없는, 당장의 생존 위기가 존재함을 방증한다. 
 
한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균형 감각이다. 미래를 위한 기술 혁신과 현재를 지탱하는 민생 정책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중소기업계가 기대하는 것도 단순한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 기반, 현장 밀착, 정책 설계라는 세 요건을 고루 충족하는 구체적 실행 전이 필요하다. 네이버 시절 보여준 상생 협력 철학이 중기부 정책 전반에 녹아들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중소기업계는 지금 '혁신'과 '생존'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한 후보자가 기술로 미래를 설계하는 동시에, 현장의 고통도 보듬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벤처와 소상공인, 성장과 분배를 아우르는 새로운 균형을 어떻게 구현해낼지가 그에게 주어진 과제가 될 것이다. 
 
오승주 정책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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