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대법원의 판결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느낄 경우 국민은 어떤 대응 수단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재판소원 도입법'이 국회에 발의돼 주목받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분석해 매달 '이달의 좋은법'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취지로 대표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선정됐습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이 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정 의원은 지난 10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해당 법안을 직접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본권을 침해당했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 법원의 재판 결과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해 마지막까지 다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국회에 의견서를 제출해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헌재는 재판소원 대상을 '확정판결'로 한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을 대상으로 하자는 의미입니다.
조희대 대법관 사건이 계기…기본권 침해 우려
정 의원의 법안 발의 배경에는 최근 논란이 된 '조희대 대법관의 파기 환송 사건'이 거론됩니다. 이 사건은 사법부의 정치 개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5월1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0명은 2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판결이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사법부가 헌법 제116조제2항의 '선거운동 기회균등 보장' 조항을 위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의원은 "대법원이 유력 대선 후보를 단번에 정치 무대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계기"라며 "법원이 정치에 개입한 명백한 사례이며, 법은 법원에 그러한 권력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의견을 언급하며 "사법부 독립은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개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특정 정치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정치적 입법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고민은 오래 전부터 해왔다"면서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그 사건이 발의의 계기가 된 것뿐"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도입 가능할까…"충분한 논의·사회적 합의 필요"
정진욱 민주당 의원(왼쪽)이 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법조계 등의 반발도 있습니다. 헌재가 대법원보다 상위 기관처럼 기능하게 되면서 사법 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정 의원은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법 체계가 크게 변화하는 것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논의를 통해 가장 좋은 방식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논의 과정에서 대법원의 역할과 사법부의 독립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해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대법원이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정 의원은 일각의 사법 체계 혼란 우려에 대해 독일과 대만 사례를 들었습니다. 독일은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침해 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으며, 대만은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 의원은 "해외 사례를 봐도 사법 체계 혼란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법질서는 그 사회의 문화에 따른 것으로 그 사회의 문화와 맞춰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만으로 충분치 않아도 제도적 장치 필요"
재판소원 도입안을 발의한 정 의원은 '법 만능주의'와 관련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좋은 법이나 좋은 기관이 있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며 "법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법적·제도적 장치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임혜자의 야단법석'을 진행한 임혜자 뉴스토마토 K-정책연구소 수석부소장은 "억울해도 끝이었던 판결을 헌법의 이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이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닌 대한민국 법치의 대전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대법원 너머에 헌법이 있다는 국민 주권 선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왼쪽)이 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임혜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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