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내린다더니…이재명정부서 되레 올라
2025-07-08 16:09:21 2025-07-08 16:09:21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이재명정부에서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문제삼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되레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리 인하기에도 대출금리가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다는 게 현 정부의 문제의식인데요.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대출금리는 계속 올라 가계대출 관리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어쩔 수 없다면서도 예금금리는 내리고 있어 이자장사 행태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 후 대출금리 올라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예금금리 추이를 보면 대출금리는 오르고 예금금리는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융채 5년 기준 금리는 지난달 4일 3.57~4.97%에서 지난 7일 3.62~5.02%로 상단 0.05%p, 하단 0.05%p 올랐습니다. 신한은행은 3.42%~4.83%에서 3.55~4.96%로 상하단 모두 0.13%p씩 올랐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3.49~4.29%에서 3.57~4.37%로 상하단 모두 0.08%p씩 올라갔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3.45~4.95%에서 3.60~4.80%로 상단은 0.15%p 내렸으나, 하단은 0.15%p 올랐습니다. NH농협은행은 3.12~5.62%에서 3.25~5.75%까지 상하단 모두 0.13%p 뛰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와 반대로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일 거치식예금(정기예금) 상품 14개, 적립식예금(적금) 상품 22개의 금리를 0.05~0.25%p 인하했습니다. 신한은행 대표 정기예금 상품 '쏠편한 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기준 기본금리가 기존 2.15%에서 2.05%로 내려갔습니다. '신한 S드림 적금' 금리는 2.20%에서 2.00%로 떨어졌습니다.
 
우리은행도 이달 1일부터 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우리 적금' 상품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연 2.55%에서 2.35%로 0.20%p 인하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대표 적립식 상품인 '우리 SUPER 주거래적금' 1년 만기 금리를 2.35%에서 2.15%로 0.20%p 내렸습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정기예금 상품 3개의 기본 금리를 상품·만기·이자지급 방식에 따라 연 0.10~0.25%p 낮춘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대표 예금 상품인 'KB스타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본금리가 기존 2.40%에서 2.15%로 0.25%p 하락했습니다.
 
'예대차' 지적한 대통령이 금리 인상 부추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취임한 후 개최한 첫 비상경제점검 TF(태스크포스) 1차 회의에서 은행의 높은 예대금리차를 겨냥하며 높은 대출금리를 문제삼은 바 있습니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 가산금리 등 대출금리 산정 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금융소비자 이자 경감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은행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며 가산금리 손질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지급준비금, 예금보험공사 보험료 등 법정 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은행채금리와 코픽스 등 지표금리에 각종 법정비용을 더해 산정하는 것으로 그동안 은행의 자체적 산정 방식이 차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약속과 달리 현 정부 출번 이후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차주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예대금리차 줄이기에서 집값 잡기로 옮겨간 영향입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에 맞추다보니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원회는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올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을 10조원 가량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각 은행에 기존보다 대폭 낮춘 총량 목표치를 제시했고, 은행들도 금리 인상, 대출 한도 축소, 모집인 영업 중단 등의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를 발표해 가계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수신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데 대출은 내주지 말라니 결국 은행 입장에선 금리 인상 등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부응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예금금리를 내리는 은행권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취급 기준 예대금리차는 1.54%p로 0.06%p 늘며 한 달만에 확대 전환했습니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확대되다가 지난 4월 축소 전환한 바 있습니다. 이 기간 예금금리는 0.08%p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0.02%p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부분 은행들이 미리 수신금리 등을 내려 비용 부담을 낮추려고 할 것"이라며 "시장금리 연동하더라도 예금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지만 대출금리는 인위적 인하가 어려운 만큼 예대차를 체감도 높게 축소될지 불투명하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은행권 대출금리 손질 등을 언급한 것과는 대조되게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발표한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 여파가 컸다는데 대출 규제를 놓고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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