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의료 데이터 활용의 윤리적 책임" 공동 천명
의료 분야 6개 국제기구, AI 사용에 대한 새로운 원칙 작성
2025-06-30 09:22:41 2025-06-30 15:43:01
인공지능을 포함한 의료 데이터의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사용을 위한 최초의 공동 원칙을 공식 발표한 6개 의료 분야 국제기구.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인공지능(AI)의 의료 분야 적용이 급속히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 의료계가 윤리적 기준 마련에 발 벗고 나섰습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환자와 의료 전문가, 제약 산업을 대표하는 6개 주요 국제기구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의료 데이터의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사용을 위한 최초의 공동 원칙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공동 원칙은 지난 2014년 결성된 ‘윤리적 협력을 위한 국제 합의 프레임워크(ICF, International Consensus Framework for Ethical Collaboration)’에 새롭게 추가된 다섯 번째 원칙으로, 의료 데이터 활용에서 자율성, 데이터 관리, 공동 책임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습니다. ICF는 의료계의 환자 중심적 윤리의식과 책임 있는 연구 혁신을 지향하며 글로벌 의료 생태계의 윤리적 협력과 투명성을 강조해왔습니다. 
 
특히, 이번 원칙은 최근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의료계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윤리적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마련됐습니다. 국제병원연맹(IHF, International Hospital Federation)의 로널드 라바터(Ronald Lavater) CEO는 “현대의 급속한 기술 발전은 개별 병원이나 단체 혼자서는 대응하기 어렵다”라며, “ICF는 글로벌 의료 리더들이 윤리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혁신을 실현하도록 돕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간호사협의회(ICN, International Council of Nurses)의 하워드 캐튼(Howard Catton) CEO는 “데이터와 기술은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을 발전시킬 수 있지만 윤리는 우리가 왜, 어떻게, 누구를 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말하면서 “이 원칙은 신뢰, 연민, 존엄성의 지속적인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이는 간호사들이 전 세계 의료 시스템에서 매일 지지하고 있는 가치다”라며, 간호사들이 매일의 업무에서 실천하는 신뢰와 연민, 존엄성을 재확인하는 원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환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국제환자조직연합(IAPO, International Alliance of Patients’ Organizations)의 다니 모치(Dani Mothci) CEO는 “이번 원칙은 디지털 시대의 환자 권리 보호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며, “IAPO는 ICF 창립 멤버로서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데 중점을 둔 자율성, 데이터 관리, 책임에 대한 명확한 윤리적 약속을 환영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환자 조직들은 이 원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구현할 때 실제 환자 경험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의학협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 회장 아쇼크 필립(Ashok Philip) 박사는 “윤리는 공정성과 존중, 책임감을 바탕으로 세계적 보건 정책의 기초가 된다”면서 “윤리적 협력은 모든 사람, 특히 취약 계층에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약사연맹(FIP, 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의 폴 싱클레어(Paul Sinclair) 회장은 “각국의 약사들이 이 원칙을 실무에 도입해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지원하도록 촉구한다”고 밝혔고, 국제제약제조협회(IFPM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Pharmaceutical Manufacturers and Associations)의 데이비드 레디(David Reddy) 사무총장 역시 “의료 서비스 혁신이 가속화됨에 따라 윤리적 협력도 반드시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집단적 책임감을 촉구했습니다. 
 
국제 의료계가 이번 공동 원칙을 마련한 배경에는 2000년대 들어 의료 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이 급증하면서 윤리적 논의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유엔,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는 최근 몇 년간 의료 데이터 보호와 윤리적 기술 활용을 촉진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꾸준히 힘써왔습니다. 
 
그동안 의료 분야 AI 활용에서 윤리적 문제가 실제로 제기된 여러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IBM의 AI 시스템인 왓슨 헬스(Watson Health)는 암 진단 및 치료에서 AI를 활용하려 했으나, 과도한 약속에 비해 진단 정확도가 떨어지고 환자의 상태를 잘못 예측하는 문제가 발생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데이터 부족과 편향된 학습 데이터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AI 기반의 의료 영상 진단 시스템에서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편향된 학습 데이터로 인해 진단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백인의 피부 질환을 중심으로 학습한 AI가 다른 피부색을 가진 환자에게 부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병원 환자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명확한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데이터를 활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으며, 이는 데이터 사용의 자율성 및 책임성 측면에서 윤리적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여러 일들이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번 의료 AI 윤리 원칙의 채택은 디지털 의료와 인공지능의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의료계 전반에 환자 중심의 윤리적 책임감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윤리적 협력을 위한 국제 합의 프레임워크(ICF)'의 5가지 원칙. (사진=IFPMA)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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