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변소인 기자] 견고한 중산층과 안정적인 내수 경제를 갖춘 말레이시아는 K-렌털 기업들에게 최적의 진출지로 부상했습니다. 수돗물 수질에 대한 불신과 반복적인 필터 교체 부담이 정수기 수요를 키웠고, 특히 관리가 수반되는 렌털 서비스를 합리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정수기 시장을 선점한
코웨이(021240)를 중심으로 쿠쿠와 SK매직이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면서, 말레이시아는 한국 렌털 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매력적인 시장, 말레이시아를 주목하라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브루나이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소득 수준을 자랑하는 국가입니다. 1인당 GDP 기준으로는 지난해 1만3310달러를 기록하며 한국의 3분의1 수준에 그쳤지만, 중위소득 국가로서 아세안 역내 가장 많은 중산층을 보유하고 있어 견고한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주요 글로벌 기관들은 말레이시아 경제성장률이 올해도 4.4%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며 내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3%대의 낮은 실업률과 지속적인 물가 안정세는 내수 소비를 더욱 활성화하는 요인입니다. 발달된 도로, 공항, 항만 등 인프라와 풍부한 영어 구사 인력, 천연자원 등의 강점은 외국 자본과 제조업 유치를 촉진하며 말레이시아의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배경은 프리미엄 생활가전제품과 같은 고급 내구 소비재 및 고품질 생활 소비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국내 렌털 기업 진출에 최적의 환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슬람교가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인 만큼 정수기나 가전제품의 할랄 인증 획득 등 종교적 민감성을 고려한 영업 전략이 중요합니다.
코웨이 말레이시아 정수기. (사진=코웨이)
수질 문제, 렌털 시장 성장의 결정적 계기
경제력 외에 말레이시아 렌털 시장을 키우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수돗물 수질 문제가 꼽힙니다.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 역시 수돗물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현지 거주자들은 "필터 없이 수돗물을 쓰면 흰색 티셔츠가 몇 번 세탁만으로도 변색될 정도"라며 "샤워기 필터도 하루 이틀이면 갈색으로 변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세탁실, 주방, 욕실에 각각 정수 필터를 설치하고 수전이나 샤워기에도 추가 필터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필터 교체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교체 시 5만원에서 10만원가량이 소요되며, 필터를 거친 물도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가정이 집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돗물을 정수하는 아웃도어 필터 설치 후, 식수는 별도의 정수기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깨끗한 식수 및 생활용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 그리고 높은 소득 수준과 두터운 중산층이라는 조건이 맞물리면서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일시불 구매보다 비용 부담이 적고 꾸준한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렌털 서비스를 선호하게 됐습니다. 얼라이드 마켓(Allied Market)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가정용 정수기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8.1%로, 2031년까지 5억3660만달러(약 73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말레이시아 현지 거주 한인 가정집에 코웨이 정수기와 쿠쿠 밥솥이 설치됐다. (사진=독자 제공)
코웨이 왕좌 수성 속 쿠쿠 맹추격...K-렌털 기업 각축전
말레이시아 정수기 렌털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바로 대한민국 기업들입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지 식수 안전성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던 2006년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한 코웨이가 압도적인 점유율(60% 이상)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코웨이 말레이시아 법인은 지난해 연간 매출 1조1584억원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했고, 영업이익도 2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렌털 계정 수는 300만을 넘어섰습니다.
이후 2014년 쿠쿠, 2018년 SK매직과 청호나이스 등이 뒤이어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은 더욱 가열됐습니다. 특히 쿠쿠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쿠쿠홈시스(284740) 말레이시아 법인은 지난해 368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렌털 계정 수는 100만~200만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현지 주식시장 메인보드 상장까지 성공하며 존재감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SK매직 말레이시아 법인의 경우 지난해 6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렌털 계정 수는 20만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안정적인 경제 성장에 따른 높은 구매력, 깨끗한 물에 대한 강한 수요가 맞물린 말레이시아에서 K-렌털 기업들이 만들어갈 지형도에 업계와 시장의 관심이 계속해서 쏠릴 전망입니다.
코웨이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국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현지 최초로 도입한 렌탈 케어 서비스와 현지 특화 전략을 손꼽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현지 맞춤형 혁신 제품과 차별화된 전문 관리 서비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넘버원 브랜드로 지속 성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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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별 말레이시아 법인 실적 추이. (그래프=뉴스토마토)
변소인·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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