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올해 2~3분기 채용계획 인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감소했습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고용 한파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신규 채용의 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건설·제조 등 내수 침체와 직결된 업종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3분기 채용계획 5만명 감소…구인·미충원율 동반 하락
고용노동부가 26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1분기 기준 구인인원은 140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1000명(-1.5%) 줄었습니다. 채용 인원도 129만4000명으로 9000명(-0.7%) 감소했습니다.
구인인원은 대외적인 구인활동을 통해 구인한 인원으로, 채용인원을 위해 최초 모집공고 당시 채용하려고 했던 인원을 뜻합니다. 채용인원은 최종적으로 채용하기로 했거나 채용한 인원입니다.
부족인원은 지난 4월1일 기준 46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5만2000명(-10.0%) 감소했습니다. 부족인원은 기업이 채용 여부나 채용 계획과 무관하게 당해 사업체의 정상적인 경영과 생산시설의 가동 등을 고려해 현재보다 더 필요한 인원을 말합니다. 인력부족률은 2.5%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올해 2~3분기(4~9월) 채용계획 인원은 47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5만1000명(-9.7%) 감소했습니다. 다만 조사 시점이 4월1일로 윤석열씨의 탄핵 선고 날(4월4일) 직전으로 기업들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대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세운 채용계획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채용계획을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9만5000명), 보건·사회복지업(6만1000명), 도·소매업(5만4000명) 순으로 많게 나타났습니다. 직종별로는 경영·행정·사무직(6만4000명), 영업·판매직(5만명), 음식·서비스직(4만6000명) 순으로 많았습니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체는 41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4000명(-11.4%) 줄었습니다. 300인 이상인 곳은 5만2000명으로 3000명(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업체의 적극적 구인에도 채용하지 못한 인원을 뜻하는 '미충원인원'은 올해 1분기 기준 10만8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만1000명 감소했습니다. 감소율은 -9.6%입니다. 미충원율은 구인인원의 감소 폭이 채용인원의 감소 폭보다 큰 영향 탓에 7.7%(-0.7%)로 집계됐습니다. 경기가 좋은 상황이라 미충원율이 줄어든 것이 아닌 구인인원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건설업 채용 15.3% 감소…제조업도 20개월째 내리막길
고용부는 이날 '2025년 5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도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지난달 말 기준 2029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는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 추세였으나 지난달 전년 수준을 회복한 겁니다.
다만 종사자 수 비중이 가장 큰 제조업과 내수 바로미터로 불리는 건설업은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건설업 사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0만4000명 줄어든 138만6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전체 18개 분류 사업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고, 감소율(-7%)도 가장 높았습니다. 김재훈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건설업은) 굉장히 상황이 안 좋은 게 보인다"며 "반등의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로 대표되는 제조업 역시 전년 대비 1만2000명(-0.3%) 줄어 2023년 10월 이후 20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제조업 종사자 수는 전 산업에서 약 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매 및 소매업에서도 2만9000명(-1.3%)이 줄면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채용은 82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만1000명(-6.9%) 줄었습니다. 상용직에서는 3.9% 감소했고, 임시일용직은 8.5% 줄었습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4만6000명(-15.3%), 숙박 및 음식업에서는 1만명(-7.6%) 채용이 감소했습니다.
입직과 이직도 줄었습니다. 5월 중 입직자는 8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6만1000명(-6.6%) 감소했고, 이직자는 84만3000명으로 5만4000명(-6.0%) 감소했습니다.
전문가들 "경기 어렵다는 방증…고용 회복은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채용계획 축소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대내외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습니다. 정치적 충격뿐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 글로벌 통상 여건 악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고용 위축이 발생했다는 분석입니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일정 부분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노동시장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때 인력을 채용한다"며 "대내외적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앞으로의 경기 흐름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에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것으로, 경기가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적 사건에 따른 경제 충격이 분명 존재하지만, 인공지능(AI) 등 산업 기술 변화와 미국발 관세 문제 등 구조적인 요인들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 노동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심리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겠으나, 그것이 곧바로 노동시장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시차가 있는 문제라 향후 고용 흐름은 국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소비 진작과 민생 지원 정책이 효과를 내고, 수출 환경 역시 관세 협상 등을 통해 개선된다면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6일 서울 강서구 마곡 서울창업허브엠플러스에서 열린 2025 강서구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참여기업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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