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예스24 해킹 파장 속 지분 증여…'민심 역주행'한 한세 오너가
김동녕 회장, 김지원 대표에 홀딩스 지분 5% 증여
해킹 사태에 주가 9% 이상 급락 시점
지배구조 투명성·적자 지속 해결 과제
2025-06-20 15:44:11 2025-06-20 15:44:11
이 기사는 2025년 06월 20일 15:4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자회사인 예스24의 랜섬웨어 공격 후폭풍이 아직도 진행 중인 가운데 한세예스24그룹 오너일가에서 지분 증여가 기습적으로 일어나 시장 안팎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해킹 논란으로 주목받는 시기에 무리하게 진행한 증여에 대해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016450)예스24(053280)의 기업 가치와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시점에서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꼼수 증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진=한세예스24홀딩스)
 
주가 하락기 노린 절세 증여 논란…전문가 “시점·형식 모두 문제”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은 최근 막내딸인 김지원 한세엠케이(069640) 대표에게 자신이 보유한 한세예스24홀딩스 주식 145만주(지분율 5%)를 증여했다. 같은 날 예스24 주식 20만주도 김지원 대표에게 넘겼다. 이에 따라 김지원 대표의 한세예스24홀딩스 지분율은 10.19%로 확대됐다.
 
문제가 된 것은 증여시점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의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 평균 종가로 산정된다. 자회사인 예스24는 지난 9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홈페이지와 주문·배송 시스템이 마비됐다. 해킹 피해가 알려진 직후 주가는 9% 이상 급락했고, 모회사 한세예스24홀딩스의 주가도 이틀 만에 5%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만약 이 같은 하락 구간에서 증여가 이뤄지면 절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이 지분을 넘긴 6월 12일 기준 한세예스24홀딩스의 평균 주가는 3980원 수준이다. 145만주 증여분의 평가액은 약 577억원이다. 이에 따른 예상 증여세는 약 280억~3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해킹 사고 수습이 지연되는 가운데, 예스24는 늦장 사과로 비판까지 자초했다. 사고 발생 일주일 만인 지난 16일에서야 김석환·최세라 공동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피해 복구와 신뢰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고 입장문을 냈다.
 
한 세무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시적 주가 하락 시점을 노린 증여는 절세 전략으로 자주 쓰이는 방식”이라면서도 “이번 사례는 기업의 위기 상황과 맞물린 만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부정적 인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세예스24홀딩스 측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승계는 마무리됐지만…지배구조 투명성과 실적은 '빨간불'
 
한세예스24그룹은 이번 증여를 계기로 사실상 2세 경영 체제로 전환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녕 회장은 2018년부터 자녀에게 순차적으로 지분을 이전해왔다. 이번 증여로 김동녕 회장의 세 자녀는 한세예스24홀딩스의 지분 절반 이상을 갖게 됐다. 한세예스24홀딩스의 지분은 장남인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가 25.95%, 차남인 김익환 한세실업(105630) 대표는 20.76% 그리고 김지원 대표의 10.19%를 더하면 모두 56.9%로 절반 이상이다.
 
그러나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선 과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올해 제출한 한세예스24홀딩스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60.0%로, 상장사 평균(54.4%)보다는 높지만 동종 지주사인 세아홀딩스(86.7%)에는 크게 못 미친다. 사외이사 독립성, 내부통제 시스템 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ESG 경영의 주요 축인 투명한 경영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적 악화도 부담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세실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03억원, 순이익 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8%, 47.8% 감소하며 반 토막 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4673억원으로 13.5%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된 모습이다. 패션 계열사 한세엠케이는 2019년부터 6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예스24 역시 수익성 둔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 “오너일가의 승계는 치밀하게 설계된 반면, 소비자 대응과 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은 소홀했다”며 “단기 절세보다는 중장기적인 신뢰 회복과 거버넌스 투명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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