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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9일 11: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항공사를 둘러싼 대명소노그룹과 타이어뱅크의 인수전이 치열하게 진행된 가운데 저가항공사(LCC) 추가 인수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을, 타이어뱅크는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두 기업 모두 주요 계열사들의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추가적인 인수 의지를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실질적인 인수 여력과 잠재적인 LCC 매물의 최대주주가 매각 의향을 보이지 않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명소노는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된 약 4개월 동안 이사진이 입성하지 않아 기존 정홍근 대표와의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던 대명소노가 본격적으로 티웨이항공 경영에 참여해 LCC 업계 1위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사진=이스타항공)
대명소노, 항공업 진출에 자금 쏟아…이스타항공 인수 '의문'
대명소노는 국내에서 호텔과 리조트, 레저 사업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 포트폴리오가 짜여있다. 당초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동시에 인수해 LCC를 넘어 장거리 항공사로 도약, 사업 포트폴리오에 항공업을 추가한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규모의 경제 논리가 크게 작용하는 항공업 특성상 대한항공에 인수된 아시아나항공의 빈자리를 메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타이어뱅크가 최종적으로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면서 무산됐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대명소노의 자금 여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명소노가 기존 티웨이항공 대주주인 예림당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의 약 3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지급, 자금 출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명소노가 2500억원에 티웨이항공을 인수했을 당시 약 30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했다고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을 항공업 진출에 쏟은 셈이다.
올해 초 '상정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통해 조달한 3000억원가량의 자금도 현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2월 우리투자증권에서 교환사채(EB) 형태로 2120억원, DB금융투자로부터는 전자단기사채(ABSTB)로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대출을 받았다. 티웨이항공 인수 자금이라는 해석에 대명소노 측은 오는 7월 개장하는 쏠비치남해리조트와 15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중인 경주 리조트 등의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추가 자금을 대대적인 리조트 사업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대명소노의 추가적인 LCC 인수 소식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 진단이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몸값으로 최소 1500억원을 지불해야 상황에서 대명소노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 당장 티웨이항공의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점도 추가 인수에 앞서 당면 과제로 꼽힌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5368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고액을 달성했지만 영업손실 123억원, 순손실 659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수익성은 크게 저하됐다. 최근 LCC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을 우선시하는 경영 전략을 짤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의 수익은 동남아와 동북아 노선에서 나오지만,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단행한다면 투자원금 회수 기간은 배로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LCC 잠재적 매물' 최대주주 "매각 의향 없어"
타이어뱅크의 경우 사정은 조금 다르다. 에어프레미아 인수 구조를 살펴보면 대명소노와 달리 사업 다각화 차원이라기보단 경영 승계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약 12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타이어뱅크의 자회사인 AP홀딩스가 지불하는 구조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10억원에 불과한 AP홀딩스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이를 타이어뱅크가 인수하는 구조가 유력한 만큼 추가적인 인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있다는 점도 이스타항공을 비롯한 LCC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71억원에 불과하며, 유동자산 규모도 1793억원으로 유동부채(1931억원) 규모를 감안하면 인수 여력은 크지 않다. 토지 3834억원, 건물 1583억원 등 비유동 자산을 담보로 현금을 끌어올 가능성도 있지만 추가적인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현재 LCC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최대주주가 당장 매각할 의지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단기간 내 추가 인수 소식은 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는 지분 50.37%를 보유한 AK홀딩스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51.7%에 달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상황이지만, 현재 애경산업과 중부CC 매각을 우선 추진하고 있어 제주항공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적다. 항공사 매물의 경우 꾸준히 원매자가 있는 업종이지만, 딜 클로징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해관계자 설득에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최대주주인 VIG파트너스가 엑시트 시점을 2027년으로 설정하면서 충분한 금액이 아니라면 매각이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스타항공은 2021년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2023년 VIG파트너스가 1500억원에 인수했다. 여전히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VIG파트너스 인수 이후 멈춰있던 운항이 재개되기 시작하면서 적자 규모는 줄고 있다. 내년까지 항공기 12대를 추가 도입해 보유 대수를 27대로 확대한다는 계획과 더불어 2027년까지 매출 8000억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매각보단 경영 의지가 강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사모펀드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존에 설정한 엑시트 시점보다 앞당겨 매각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매각가가 책정되어야 하는데, 당장의 적자 구조를 이어가고 있는 이스타항공을 현재 적정가치 이상으로 지불할 기업이 나타날 지는 의문”이라며 “기업가치 제고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조기 매각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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