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경제' 분리…이재명, 투트랙 '실용외교'
한·일회담서 국익중심 실용외교…향후 5년 외교 기조에도 적용
2025-06-18 17:50:47 2025-06-18 17:50:47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 외교' 기조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만남에서 과거사와 경제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접근 방식으로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에 집중한 것인데요. 이러한 투트랙 기조는 향후 이재명정부의 5년간 외교 활동 전반에 적용될 전망입니다. 특히 대미, 대중 외교에서도 투트랙 기조가 이어질 텐데요.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실용 외교를 구현하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일, 과거사 언급 않고…'미래지향 관계' 방점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한·일 양국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의 대화에서 과거사 문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한·일 관계를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 협력이라는 '투트랙'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조라는 뜻입니다. 이어 "과거란 말이 나오긴 했지만 쟁점 위주로 과거를 얘기한 게 아니고, 과거의 문제는 잘 관리해 나가고 협력의 문제를 더 키워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꾸려나가자는 말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겠지만, 협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정상회의 기간 이 대통령은 '외교 영역 다변화'와 '실용 외교 강화'라는 기조 아래 수출과 무역 증대, 기업 진출, 문화·인적 교류 확대 등 호혜적 실익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가치 외교'라는 명목 아래 미국 중심의 자유시장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매달렸던 전임 윤석열씨와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정상들과의 통화 순서에서도 실용 외교 기조가 엿보였습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해외 정상과의 통화 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총리가 두 번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 번째였습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중·일 순으로 통화한 것과 차별화되는 행보입니다.
 
이 대통령이 현재 외교 환경을 고려한 영향으로 보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안보 비용 분담 등으로 동맹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한·일이 이른바 '트럼프 스톰'에 맞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게 양국의 '국익'에 더 부합할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또 이재명정부 실용 외교 기조가 '한·미·일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분명히 하려는 메시지로 읽히는데요. 실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일 3국이 이날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미 정상회담 불발에…나토 참석 여부 '주목'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기조로 봤을 때 이 대통령이 다음 주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도중 조기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됐기 때문인데요. 통상 협상 시한이 다음 달 8일로 바짝 다가온 상황인데요.
 
이 대통령이 직접 방미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동 정세 등을 고려했을 때 방미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립니다.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관세 문제를 비롯해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현안으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대중, 대북 관계에서도 이재명정부의 투트랙 기조는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경우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유력한 데다, 한·중이 지난해부터 고위급 인적 교류 재개 등으로 소통해온 만큼 관계를 낙관하는 전망이 많은데요. 이에 맞춰 중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끌고 가는 유연한 자세를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중 경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한·미 동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도 다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이재명정부는 남북 대화 재개에 적극 나서며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고 평화적 공존으로 대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할 전망입니다. 다만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러시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러 양국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지만, 북·러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해선 견제 의지를 분명히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기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슈별로 상황에 따라서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외교, 그러면서 국익을 먼저 앞세우는 외교를 해야 하는데, 미·중이 서로 (다른 세력들을) 끌어당기는 상황에서 우리가 기계적으로 균형을 취하기도 어렵다"며 "(이 대통령이) 얼마나 중심을 잡고 실용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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