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군 통수권자의 첫 군부대 방문 메시지
2025-06-19 06:00:00 2025-06-19 07:16:16
"우리 국민은 장병들의 충성심을 믿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경기 연천 육군 25사단을 방문해서 내놓은 메시지다. 이 대통령의 이날 25사단 방문은 취임 후 첫 군부대 방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2·3 불법계엄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일선 장병들의 자존심과 사기를 높이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잘 지켜주셔서 우리 국민들이 편안한 일상들을 누리고 있다'거나 '최근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여러분들 자긍심에 손상이 있을 수 있는데 장병 여러분들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충성심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자기 역할을 잘해주셨다',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이 존속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하고 있다', '안보는 공동체 유지할 필수 불가결한 일인데 여러분들이 그 일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달라' 등의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안보 철학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중요하고, 그건 여러분의 몫"이라며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건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건데,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장병들에게는 압도적 힘으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군대를 만들어달라는 당부를 한 것이고, 자신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로운 안보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육군 25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비교 차체가 민망한 일이지만 군을 동원한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피의자 윤석열씨가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군부대를 방문해 내놓은 메시지와는 그 결이 완전히 다르다. 윤씨가 2022년 4월7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방문한 군부대는 세계 최대 해외 주둔 미군기지인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였다. 윤씨는 이 자리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수많은 선배 전우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군 장병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당시 한국군 지휘관들은 당황스러워했다. 국군 통수권자가 한국군 부대가 아닌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부대를 먼저 찾아 지휘관과 장병들을 격려했으니 그럴 만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국군 부대보다 미군 부대를 먼저 방문한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윤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한 안보 분야 전문가는 이런 행동을 한 윤씨의 안보관에 대해 '충암고 학도호국단장 수준',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려면서 그는 윤씨와 그의 참모들을 '국민의 일꾼(Servant of the People)'이 아닌 '미국의 일꾼(Servant of the USA)'이라고 비판했다. 
 
단편적이지만 이 두 장면을 비교하면 중요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국군 통수권자의 안보 철학, 특히 국방 인식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한국이 중심을 잡고 국방과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철학을 가졌다면, 윤씨는 미국에 의존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안보관이 '한국의 안보는 미국이 책임져주니 군을 내란에 동원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 상황을 보면 아찔하다. 윤씨가 지금까지 정권을 잡고 있었다면 미사일과 전투기가 폭격하는 공간이 테헤란과 텔아비브가 아니고 평양과 서울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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