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이효진 기자, 이선재 인턴기자] 대통령실에 이어 공공기관도 윤석열정부의 '알박기 인사' 논란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윤석열씨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공공기관장을 새로 임명한 기관만 무려 53곳에 이르는데요. 이재명정부가 들어섰지만, 윤석열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과의 불편한 동거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민주당 내란 은폐·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7일 오찬을 함께 하며 알박기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습니다. 당 내부에선 반복되는 알박기 인사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알박기 인사 청산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일 공공기관 평가 발표…민주 "재검토해야" 반발
이날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331개 공공기관의 임원 임기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 331곳 중 12·3 비상계엄 이후 공공기관장을 새로 인선한 기관은 56곳입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씨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공공기관장이 새로 발탁된 기관은 53곳입니다. 탄핵으로 윤씨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음에도 무려 50곳 이상의 공공기관장 임명을 강행한 겁니다.
특히 공공기관장 10명 중 6명 이상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공공기관장 331명 중 공석인 19개 기관을 제외하면 221명(66.8%)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고, 이들 중 130명(39.3%)은 잔여 임기가 2년 이상입니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 부임한 공공기관장들 다수는 '윤석열정부'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사들입니다. 대표적으로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윤석열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었고, 최춘식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과 유종필 창업진흥원 원장은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인사입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전임 정부의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대규모 낙하산 인사를 통한 노골적인 알박기 인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는 20일엔 기획재정부의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전국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재무성과와 지배구조 등을 평가해 '탁월'(S)부터 '아주 미흡'(E)까지 6개 등급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등급에 따라 각 공공기관 임직원의 연말 성과급, 기관장 연임 여부, 조직 예산, 정부 재정 지원 규모 등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기재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발표에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평가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조정실 제2차장 등 정부위원 2명과 민간위원 9명으로 구성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경영평가단이 진행합니다. 민주당은 경영평가단이 전임 정부 출신 인사이거나 보수 성향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라는 점을 이유로 공공기관 평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4월28일 정일영 민주당 내란 은폐·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재부서 공기관 평가 분리 '검토'…알박기 청산법도 '속도'
여권에선 기재부의 공공기관 평가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28일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열린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에선 기재부가 가진 공공기관 평가 기능을 분리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두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란 제안도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평가 기능의 총리실 이전은 윤석열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물갈이하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임기 만료 전 사퇴 압박이 어렵기 때문에 경영평가로 압박하는 것인데요.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례를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처 위의 부처로 불리는 기재부 권한 축소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는데요. 국정기획위가 정부조직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며 기재부의 공공기관 평가 기능 분리도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최근 관련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5일 정부조직법·금융위 설치법·공공기관 운영법 등 3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기재부 개혁으로부터 시작해야 비로소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당분간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청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회엔 관련 법안으로 3건이 발의돼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 종료 3개월 뒤에 공공기관장 임기를 자동으로 끝내도록 하는 법안,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되는 때에 공공기관장의 임기 또한 만료된 것으로 간주하는 법안,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는 신규 임명을 제한한 법안 등이 대표적입니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법 개정에 나서며 알박기 인사 청산에 힘을 보탤 계획입니다. 낙하산 인사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의 '내란 은폐·알박기 인사 저지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의원은 "공공기관장이 대통령, 여당과 코드를 안 맞추면 어떻게 국정이 운영되느냐"며 "인사에 있어서 코드가 안 맞는 게 더 문제다. 정권이 바뀌면 그 정권에 맞춰서 공공기관장 임기도 시작돼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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