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패싱한 채 의총 취소…국힘 내분 '점입가경'
국힘, 의총 돌연 취소…친윤 권성동, 독단 결정
박형수 "의총 취소, 원내 지도부가 결정하는 것"
김용태 "의총 취소, 사전 협의 없었다" 반발
4년 전 이준석 '패싱' 윤석열 입당 '데자뷔'
2025-06-11 17:02:49 2025-06-11 17:13:00
[뉴스토마토 이선재 인턴기자] 국민의힘 내홍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1일 예정돼 있던 의원총회를 돌연 취소했습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 협의 없이 결정된 조치라며 유감을 표했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을 배제하는 이른바 '패싱'이 본격화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과거 이준석 당 대표 시절의 '데자뷔'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전 협의 없는 의총 취소…김용태 "유감"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서울시 서초구 고등법원 앞에서 '헌법 파괴 저지를 위한 현장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주요 안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과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재판이 연기된 것에 대한 재판 속개 촉구였습니다. 
 
이후 오후 2시에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총이 예정돼 있었으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취소 공지를 문자로 통보하며 계획은 급변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해당 문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연기와 관련하여 오늘 오전 당 차원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했다"라며 "이에 대한 당의 대응과 메시지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취소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총 취소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 재판 연기와 관련한 규탄 메시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점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안건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아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오는 16일 선출될 신임 원내 지도부가 안건을 결정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점을 들어 의총 개최를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사전 논의 없이 이뤄진 의총 취소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비대위원장에게 연락도 없었고 문자로 통보받았다"라며 "굉장히 유감스럽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의총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 당 상황의 참으로 안타깝다"라며 "전당대회 개최 시기 및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개혁 과제별 의총 개최를 요청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취소 여부는 원내 지도부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지금 의총에서 계속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같은 얘기만 반복된다"며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이 즉시 사퇴하는 것이 맞는지, 임기를 오는 30일까지 보장해줘야 하는지, 그 이후에 김 비대위원장에게 맡겨야 하는지 크게 세 가지에 대해 쳇바퀴를 돌 듯이 얘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용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해야"…당무감사 시작
 
이준석(오른쪽)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제안도 거듭 꺼내 들었습니다. 그는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민의힘이 총의를 모아 탄핵의 강을 넘어선다면 우리가 치르게 될 전당대회는 이재명 정권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서 보수가 재건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지난 정권이 비상계엄에는 분명히 반대하지만, 탄핵에 찬성하고 반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서로 관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21대 대선 후보 교체를 둘러싼 논란에 관한 당무감사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김 비대위원장이 지난 8일 요구했던 당 쇄신 5대 개혁 방안 중 하나로, 권영세·강승규 의원 등 '친윤계(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무감사회의를 열고,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이 대선 후보 교체 시도를 안건으로 상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 내분이 거듭되면서 국민의힘은 온종일 어수선했습니다. 특히 김 비대위원장을 향한 당내 '패싱' 기류가 4년 전 이준석 전 대표가 겪은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우리 당은 젊은 정치인에 대한 생각부터 좀 바뀌어야 할 것 같다"라며 "이준석 후보가 왜 나갔나. 우리 당에서 젊은 정치인을 어떻게 대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7월 윤석열씨가 검찰총장 신분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을 당시에도 '패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준석 당시 대표는 지방 일정을 소화 중이었고, 윤씨의 입당 원서는 권영세 의원이 대신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 대표가 소외됐다는 논란이 일었고,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정치 인생 13년 중 가장 돌이키고 싶은 순간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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