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제약 본사. (사진=명인제약)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명인제약이 40여년 만에 세 번째 기업공개(IPO)에 나섭니다. 외부에선 승계 비용 절감에 주목하지만, 명인제약은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강조합니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명인제약의 상장 도전은 2008년, 2019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명인제약이 재차 상장을 노리자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1946년생으로 올해 76세입니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해 적은 비용으로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죠.
승계 비용만 고려한다면 상장은 좋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비상장 상태로 경영권을 넘기는 쪽이 상장 후 주식을 취득하는 편에 비해 비용도 덜 들고, 외부 간섭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상 제약바이오기업은 상장으로 연구개발 자금을 조달하는데, 명인제약은 이 경우에도 들어맞지 않습니다.
명인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2694억원, 영업이익은 928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약 11%씩 증가한 수치입니다.
재무건전성도 안정적입니다. 명인제약이 IPO에 나섰던 2008년과 2019년 부채비율은 각각 45.4%, 13.6%였는데 지난해 부채비율은 9.3%로 떨어졌습니다. 유동비율은 924%로 안정권 바로미터인 100%를 훌쩍 넘었습니다.
명인제약이 밝힌 상장 추진 배경은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전문성 강화와 글로벌 진출입니다.
명인제약을 알린 제품은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과 소화기관 치료제 '메이킨'입니다. 이 때문에 명인제약은 일반의약품에서 강세를 보이는 제약기업으로 알려졌죠. 사실 명인제약 매출을 견인하는 제품군은 전문의약품입니다. 전체 매출의 약 80%는 중추신경계에서 나옵니다.
상장 이후 중추신경계 치료제 분야 글로벌 진출이라는 청사진은 앞선 IPO 과정에서도 엿보입니다. 명인제약은 두 번째 IPO 추진 2년 뒤인 2021년 이스라엘 벤처기업 파마 투 비(Pharma Two B)에 620만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후 북미에서 임상시험 3상을 거쳐 파킨슨병 신약 국내 독점 판매 및 생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엔 IPO에 앞서 해외 제약사와의 협력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명인제약은 지난 1월 이탈리아 제약사 뉴론(Newron Pharmaceuticals)과 조현병 신약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명인제약은 코스피 입성이 해외 중추신경계 신약 기업과의 협업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이번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 및 기술 제휴 등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특히 중추신경계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속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분야로 명인제약의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상장사로서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정보공개 체계를 갖추는 것은 해외 투자자 및 파트너사들과의 신뢰 형성에 핵심적인 요소"라며 "이를 통해 해외 진출 기반을 탄탄히 다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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